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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8 18:56 수정 : 2007.05.08 18:56

사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인 자격으로 열린우리당 내분의 한복판에 섰다. 노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당신들이 말하는 통합신당은 무슨 당이냐” “내가 보기에는 구태정치”라며 열린우리당 해체 등을 주장하는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원에게 직격탄을 쐈다. 이에 정 전 의장은 “독선과 오만에서 기초한 권력을 가진 자가 휘두르는 공포정치의 변종”이라고 반격했으며, 김 의원은 “상대방에게 딱지를 붙이고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노무현식 분열정치”라고 비판했다. 독설이 너무 심해 오랜 정치적 동지 사이에 오가는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양쪽 두루 원인이 있지만, 일차적으로 노 대통령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 열린우리당 해체론자를 앞장서서 공격하고 나서는 것은 국가 지도자가 아니라 일개 정파의 수장한테나 어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 사수를 주장하는 이른바 친노파와 통합을 주장하는 비노파의 주도권 싸움에 끼어들어 결국 친노파를 도와준 것밖에 더 되는가. 탈당한 현직 대통령이 나설 사안이 아니다. ‘정치인 자격’이라 하나 말꾸밈일 뿐,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물론 “가치와 노선에 따라 당을 해야 한다”는 정당에 관한 대통령의 원론은 옳다. 통합신당 운운하는 사람들도 원칙 없는 이합집산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인기가 없다고 스스로 만든 당을 깨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자신들에게 먼저 물어볼 일이다. 탈당파 등이 보여준 모습은 전형적인 구태정치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당을 사수하건 탈당하건 이는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결정하고 국민이 심판할 문제다. 각별한 애정이 있다고 해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훈수할 일이 아니다. 그런다고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도 않다. 안타깝더라도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노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의 언행이 지나치게 강퍅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잔꾀 정치”라는 대통령의 말에서는 품격과 절제를 찾아보기 어렵다. “살모사 정치”니 “얄팍한 잔머리”니 하는 대통령 측근들의 발언에서는 독기마저 묻어난다. 지금은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을 토로하고 안타까워할 때가 아니다. 노 대통령과 함께했던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참담한 지경으로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보며 처절하게 반성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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