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9 18:12
수정 : 2007.05.09 23:27
사설
한나라당 경선규칙을 둘러싼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주자 진영의 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 강재섭 대표가 선거인단 규모를 현행 20만명에서 전체 유권자의 0.5%인 23만1625명으로 확대하고, 여론조사 규모를 최소한 67%로 보장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냈지만, 중재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전 시장 쪽은 다소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수용하기로 했다. 반면에 박 전 대표 쪽은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쪽은 중재안을 공식으로 거부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은 앞으로 한치 앞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중재안을 확정하기 위해 다음주 소집할 예정인 상임전국위원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당 지도체제가 그대로 유지될지, 경선이 제대로 치러질지 등 모든 게 불투명하다. 일부에서는 이러다가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위기다.
후보들의 싸움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은 한나라당의 무원칙한 당 운영 탓이 크다. 민주적 정당 운영의 기본인 경선 규칙을 만들면서 당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선수인 후보들에게 끌려다녔다. 대선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필요한 절차지만, 한나라당은 이쪽 후보가 이것 주장하면 이렇게 따라가고 저쪽 후보가 저것 주장하면 또 그쪽으로 쏠리는 식이었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에는 후보만 있고 당은 없다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강 대표가 내놓은 중재안도 원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런 근거나 기준도 없이 여론조사를 67%로 보장하겠다면서 합의를 요구한다. 당 내부에서 표의 등가성을 위반했다는 위헌론이 나올 정도다.
노선이나 정책을 둘러싼 차이가 아니라 경선 규칙을 놓고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당 분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참으로 참담하다. 후보들로서는 경선 규정 하나 하나가 어떻게 정해지느냐가 매우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속한 당과 국민에 대한 사랑이다. 파국이냐 수습이냐는 결국 후보들한테 달렸다. 두 사람은 당내 경선에서만 이기면 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럴 때만이 해법이 나온다. 그러지 않고 자기 밥그릇 싸움만 계속할 경우 지지자들과 국민의 외면을 받는 것은 시간 문제다. 지금은 두 사람의 지지율이 높으나, 고정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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