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5.09 18:14 수정 : 2007.05.09 19:12

사설

역사인식에 대한 일본의 이중적 자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모호한 사과로 말을 우물거리면서도, 뒤로는 침략과 전쟁범죄 행위를 정당화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는 지적도 한두 번 나온 게 아니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지난달 21~23일 야스쿠니 신사 춘계 대제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각총리대신’ 이름으로 추모 화분을 바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바친 것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이후 20여 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국가를 위해 싸우다 죽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명복을 빌고, 존숭의 염을 표한다. 그 마음을 계속 갖고 있겠다”고 밝혔다. 표현방식만 다를 뿐, 신사 참배와 같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2차 대전의 에이(A)급 전범 14명의 위패를 안치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소를 운영했다가 전범으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민간인도 안치돼 있다. 이들에게 ‘경의’와 ‘존숭의 염’을 표한 아베 총리의 행동은, 전쟁과 침략행위에 대한 사죄와 책임을 외면하고 20만명 가까운 여성들이 위안부로 겪은 고통을 무시한 것이다. 지난달 말 미국 방문 때 모호하나마 위안부 문제를 두고 사과 뜻을 밝힌 아베 총리로선, 처한 곳에 따라 말을 바꾼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말이 없게 됐다.

비슷한 때 공개된 일본 문부과학성의 2008학년도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도 매우 걱정스럽다. 문부성은 교과서 내용 가운데 독도 영유권과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한 중립적 표현을 일본에 유리한 쪽으로 바꾸도록 했다. 특히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전후보상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이유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표현을 삭제하도록 했다. 문부성의 수정의견은 사실상 정부 지침이라고 한다. 곧,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에 더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 된다.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려는 아베 내각의 움직임과 같은 맥락이다.

국제사회는 일본의 이런 이중적 태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특히 5월 말 채택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미국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규탄결의안을 주목한다. 이를 계기로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사죄와 배상을 하도록 정부와 민간이 노력을 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일본에 역사 왜곡을 항의하는 서한을 보낸 것은 늦긴 했지만 의당 해야 할 일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