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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9 18:14 수정 : 2007.05.09 19:13

사설

경찰이 어제 아들을 때린 술집 종업원들을 보복폭행한 혐의로 김승연 한화 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소환조사를 한 지 열흘 만이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이 있는 만큼 구속영장을 먼저 신청하고, 보강증거를 찾는 순서를 밟았을 것이다. 인신구속에 신중해야 함은 원칙이나 이번 건은 형평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김승연 회장과 부하직원들의 처신도 비겁했다. 형사처벌을 받게 될 상황에 놓인 사람이 자기 방어를 하려는 것은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도가 지나쳤다.

보복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의 진술은 일관되고 상황 설명도 구체적이다. 이들의 말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잇따라 나왔다. 이들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도 응했다. 반면 김 회장은 경찰이 짜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거부했다.

한화 경호실장과 비서실장 등은 한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다 김 회장 쪽에 불리한 증거들이 나오자 뒤늦게 경찰에 나왔다. 수사에 협조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경호실장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간부를 피의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폭행사건에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조직폭력배 간부가 수사가 시작되자 출국한 것도 석연치 않다.

그동안 김 회장은 청계산 근처에는 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을 따라 움직인 부하직원들도 청계산 건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통화기록 등 여러 정황증거가 나오자 말을 바꿨다. 김 회장 비서실장은 자신은 청계산 공사장에 갔지만 김 회장은 가지 않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렇게 말을 바꾸니, 그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폭행당한 사실을 밝힌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떠는 이유도 이해할 만하다.

피해자들이 누구에게 어떤 폭행을 당했는지는 그들의 진술과 보강증거로 충분히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잘 해도 사건의 전말을 다 드러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복폭행을 누가 기획했는지, 폭력배는 누가 동원했는지 등에 대해 한화 쪽 관련자들이 거짓말을 하면 경찰이나 법원이 진실을 가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부하직원이 대신 죄를 뒤집어쓰려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일이 없도록 경찰이 보강수사를 착실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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