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1 18:19
수정 : 2007.05.11 19:52
사설
시인 안도현씨의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가 100쇄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일쯤이면 100번째 인쇄본이 나오리라는 것이다. 독자의 외면으로 위기감이 감도는 요즘 우리 문학동네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지금까지 100쇄를 넘어선 작품은 여럿 있다. 밀리언셀러도 적지 않다. <연어>가 100쇄를 곧 돌파한다거나 지금까지 총판매부수가 75만여부라는 것은 그리 특별한 뉴스는 아니다. 그러나 한두해가 아니라 무려 11년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사실만큼은 특기할 만하다. 매년 4만~5만부씩 팔린 전형적인 스테디셀러다. 유행이나 군중심리로 만들어지는 베스트셀러와 달리, 세대와 유행을 뛰어넘는 문학적 가치와 안목 있는 독자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연어> 100쇄’가 반가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 우리 문학동네에서 큰 화두의 하나는 한국문학 특히 한국소설의 위기에 관한 것이었다. 일본 소설이 우리 소설보다 1.5배~2배나 더 많이 팔린다. 우리 소설은 대부분 초판 3000부도 팔리기 힘든 지경이었다고하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논의를 우리 소설 전체로 확장하는 데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문제는 ‘한국 소설’이 아니라 우리 작가들에게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시대가 안고 있는 고민을 우리 시대의 어법과 감성으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독자에게 친절하지도 않았다. 고민이 깊지않은 탓에 작가는 장편을 회피하고 단편에만 매달렸다. 어떤 이들은 작가들이 독자가 아니라 평론가만 의식하는 작품만 쓴다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연어>는 ‘한국의 <어린 왕자>’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야기 형식의 에세이에 가깝다. 그러나 갈래를 떠나 ‘<연어> 100쇄’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좋은 작품이라면 어디서든 눈밝은 독자와 만날 수 있다고. 우리 독자들은 지금도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는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지난달 출간돼 독서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문단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김훈씨의 <남한산성>은 이를 잘 뒷받침한다.
연어의 모천회귀는 존재의 고통과 부조리를 상징한다. 연어는 그 길고 고통스런 여행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산란과 죽음 속에서 그 의미를 완성한다. 우리 문단이 직면한 고통스런 현실이, 한 단계 성숙을 위한 성장통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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