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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1 23:21 수정 : 2007.05.11 23:56

[사설]

아들을 때린 술집 종업원들을 보복폭행한 혐의로 한화 김승연 회장이 어제 구속됐다. 재벌 회장이 폭행 혐의로 구속돼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사법당국이 그를 구속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재벌 회장이라는 이유로 흔들리지 않은 점을 우선 평가한다. 김 회장이 혐의 내용을 일부 시인했다지만 물증이 드러나 어쩔 수 없는 부분에 국한했다. 그와 부하 직원들은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속 재판을 받게 했다면, 법질서에 대한 냉소를 불렀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우리를 놀라게 한 건 폭행사건의 주인공이 유력 재벌그룹의 회장이라는 점만은 아니었다. 폭력배들을 데리고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연하게 보복폭행을 한 대담함과, 증거가 속속 드러나는데도 계속 발뺌한 뻔뻔함이 더 놀라웠다. 늦게나마 김 회장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우선 구속은 피하고 보자는 전략으로 비쳤다. 발뺌하기 어려운 부분만 시인했다는 점에서 진실함이 부족했다.

김 회장의 행동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쪽은 한화 계열사의 종업원과 주주들이다. 기업 공조직이 김 회장의 사유물처럼 이용되는 일이 이번에도 나타났다. 법무팀 등이 동원돼 김 회장 개인의 일을 도왔다. 이런 구태까지 청산하지 않는 한 김 회장의 반성은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인이 구속될 때마다 기업 경영에 큰 차질을 빚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그것이 보석을 신청하는 근거가 되곤 했다. 설령 그런 주장이 맞다 해도 그런 어려움은 기업이 해결해야 할 일이지, 법원이 고민할 일은 아니다. 법원은 보석 허용 여부 결정에도 보통사람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경찰의 보강수사 결과 피해자들이 처음 진술한 내용은 계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수사 당국은 김 회장이 조직폭력배 동원을 지시했는지도 철저히 밝혀 수사 결과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김 회장이 중요한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만큼 법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터이다. 검찰은 혐의 입증에 최선을 다하여 두려움에 떨면서도 피해 사실을 밝힌 이들이 억울하지 않게 해야 한다. 재벌 총수라고 하여 법원이 수긍하기 어려운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법정에 서는 것은 김 회장이지만, 국민의 시험대 위에 서 있는 건 수사 당국과 법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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