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3 18:15
수정 : 2007.05.13 21:40
사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서울파이낸스포럼 초청강연에서 한 말은 나라의 장래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의 말 같지가 않다. ‘자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자신을 노동자로 여기고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요지의 그의 말은 노동을 천하게 보는 그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보였다. 우리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업신여기는 표현도 나왔다.
이 전 시장은 인도의 한 소프트웨어 업체를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회사의 노동자들은 초과근로수당이나 휴일근로수당을 줘도 받지 않고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노동조합도 만들지 않는다는 얘기를 최고경영자에게 들었다며, 이를 우리나라 노동자들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았다. 노동자가 자신의 일에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 애쓰는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보장된 권리다. 사려깊은 지도자라면, 그 회사의 노동자들이 일에 대한 보상을 과연 제대로 받고 있는지부터 생각했어야 한다. 그의 말에선 노동자는 그저 주는 대로 받으라는 전근대적인 사용자의 시각이 묻어난다.
예술인들이 노조를 만들고, 대학교수들이 조합 결성권을 갖는 것을 비아냥거린 발언도 마찬가지다. 그의 기준으로는, 노동은 천한 막일이고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게 아닌 듯하다. 일의 특성을 가지고 사람 등급을 매기는 발상에 아연할 뿐이다. 외국의 대학교수나 예술인이 노동조합원이 되는 것은 자기 일에 자부심이 없어서란 말인가? 그는 서울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때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며 “바이올린 줄이 금속이라 그랬나 봐”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서울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공공연맹 산하 노조에 속한 적은 있지만, 금속노조에 속한 적은 없다고 한다. 사실과 다른 얘기일 뿐더러,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발언이다.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요구가 정당한지는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 지도자가 세계적으로 인정된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중대한 사안이다. 자수성가한 사람으로서, 누구나 열심히만 하면 자기처럼 될 수 있다고 이 전 시장은 생각하는 것인가. 그가 꿈꾸는 바람직한 세상에서 노동자는 어디에 서 있게 될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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