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5.14 18:25 수정 : 2007.05.14 19:18

사설

-창간 열아홉돌에 부쳐-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분출한 민주화 열기와 참언론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 속에서 태어난 <한겨레>가 창간 열아홉돌을 맞았다. 여느 창간 기념일이라고 뜻깊지 않을까마는, 올해는 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6월 항쟁 스무돌을 맞는 해이자, 실질적 민주화를 가름할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의 해이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창간 이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언론으로서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해 왔다. 가장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란 평판도 얻었다. 그러나 자족할 수 없다. 언론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자유를 구가하고 있으나, 국민은 여전히 참언론에 목말라 있다. 과거 독재권력에 기댔던 보수언론들은 여전히 사익을 추구하며 여론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겨레>의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아프게 환기시켜 준다. 참언론을 구현하고자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다.

6월 항쟁 이후 20년, 그리고 한겨레 창간 이후 19년, 한국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민중에게 자유를, 민족에게 통일을’이란 한겨레 출범 당시의 목표는 아직도 온전히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가 착실히 진전됐고 남북을 가로막고 있던 강고한 분단체제도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서 비롯된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6자 회담의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는 희망도 싹트고 있다.

‘가진자만의 민주주의’여선 안돼

그렇지만 국민의 삶의 조건은 강퍅해졌다. 확대되는 빈부격차로 대다수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노동인구의 과반수가 비정규직일 정도로 국민 삶의 불안정성 역시 높아졌다. 1997년 구제금융 사태로 본격적으로 밀어닥친 신자유주의의 파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로 더 거세게 우리 사회를 덮칠 것이다. 시장 제일주의 앞에서 사람들은 더 한층 극심한 경쟁상태로 내몰릴 터이다.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남보다 한발 앞서야 하니 학교도 일터도 살벌한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고, 사회를 지탱하는 바탕이 될 공동체 의식도 남아날 리 없다. 패자에게 최소한의 생존조건조차 마련해 주지 않는, 오로지 승자만을 위한 시스템이 강요되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의 분절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은 상당 부분 87년 체제의 한계에서 배태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87년 체제는 군사독재를 극복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거기엔 절차적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곧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할 장기적 전망이 결여돼 있었다. 그 결과 가진자의 민주주의, 강한자의 자유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흘러온 게 오늘의 현실이다. 6월 항쟁 스무돌을 맞는 지금 우리의 과제는 명확하다. 그동안 달려온 게 올바른 방향이었는지 점검하고, 우리가 살고자 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이며,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지 않고 승자독식이 허용되는 사회에선 경쟁이 결코 효율이 될 수 없다.


진보개혁세력 작은 차이 넘어야

다가올 대통령 선거는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 우리나라의 미래상을 모색하는 대토론장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형식적 민주주의 한계를 넘어서, 민주주의를 실질화하고 내면화하는 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럼 점에서 단순히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지 않고, 국가의 청사진과 그를 실현할 구체적 방안을 놓고 다투는 선거가 돼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대통령을 비롯해 이른바 범여권의 지도자들은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하다. 야권의 지도자들 역시 경선규칙을 둘러싼 다툼이나 벌이고, 폐기해야 할 권위적 발전국가 모델이나 되살리려 하는 등 퇴영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이나 시민운동 세력이 대안세력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노동계를 위시한 진보진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전 같지 않은 터에 그 내부도 지향점 등의 차이 탓에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 상태다.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발전전략을 찾는 것을 우리 시대의 과제로 받아들인다면 진보개혁 세력은 이런 상태를 더 방치해선 안 된다. 구체제의 계승자로서 자기쇄신을 거부하는 수구·보수세력에게 새로운 대안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구축과 격차사회의 극복을 통한 실질적 민주화의 진전이란 커다란 목표를 위해 진보개혁 세력은 작은 차이를 넘어 대승적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통해 통일 이후에까지 유효할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상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창간 이래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추구하며 인간다운 삶이 이땅에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온 <한겨레>는 기꺼이 그런 노력에 동참할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