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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4 18:27 수정 : 2007.05.14 19:19

사설

중국 배의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한국인 7명을 포함해 선원 16명을 실종시키는 참사를 빚었다. 중국 화물선 진성호는 지난 12일 새벽 서해의 중국 쪽 영해에서 제주 선적 화물선 골든로즈호와 충돌해 침몰시킨 뒤 7시간 반 이상 지나서야 사고 사실을 신고했다. 이 배는 선원 구조에 나서기는커녕 신고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목적지인 중국 다롄항으로 향했다. 유엔 해양법과 국제해사기구 협약 등 국제규약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비인도적 행위다. 중국 당국은 이런 ‘해상 뺑소니범’에 대해 엄중한 조사를 거쳐 책임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중국 쪽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했는지도 의문이다. 사고 현장은 중국 해안에서 불과 수십킬로미터 떨어져 있는데도 신고 뒤 몇 시간이 지나서야 중국 배와 헬기들이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한다. 중국 해난구조 당국이 주중 한국 대사관에 사고 내용을 공식적으로 알린 시간도 신고를 받은 지 12시간이 지나서였다. 늑장 통보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쪽은 우리 해양경찰청이 제안한 수색 작업 지원도 자국 영해 안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우리 쪽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해양경찰청은 당일 오후 일찍 선사를 통해 사고 발생 사실을 확인하고도 6시간 남짓 지나서야 외교부 등 28곳에 팩스를 보냈다. 게다가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당직자가 제때 챙기지 못해 세 시간이 더 지나서야 팩스를 확인했다. 그러다보니 사고 뒤 21시간이 지난 뒤에야 대책본부가 꾸려졌다. 큰일이 생길 때마다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되는 고질적인 현상이 되풀이된 셈이다.

지금 최우선 과제는 실종자 수색·구조다. 구조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이와 함께 앞으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난 구조 체제를 정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해난수색구조협정을 맺었으나 아직 중국 쪽 비준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초기 대처와 정보 전파, 신속한 수색·구조, 사후 처리 등에서 효과적 협조체제를 마련해 한치의 빈틈도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과 같은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장과 선원들이 초기에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다. 특히 중국 쪽은 왜 뺑소니 사고가 일어났는지를 자세하게 밝혀내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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