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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4 19:16 수정 : 2005.03.24 19:16

안중근 의사 기념관 돌비석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민족정기의 전당…’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박정희씨는 ‘민족정기’를 입에 담을 수 없는 사람이다. 항일운동에 총부리를 겨냥했던 일본군 장교였기 때문이다. “천황 폐하께 몸을 바치겠다”며 일본 이름표를 가슴에 달았던 일본 군인이 항일에 몸 바친 분의 성전을 수식하는 것은 역사의 희극이자 비극이다. 그 앞을 지나다닌 항일 애국자와 그 유족들 가슴이 어떠했을 것이며, 한국에 관광 온 많은 일본인들이 이런 현상을 보며 과거의 만행에 깊은 성찰을 했을지도 의문이다. 독도문제와 역사왜곡으로 일본의 야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때다. 안 의사 서거 95돌 기념일(26일)의 가장 중요한 행사로서 박씨의 글씨를 정리해야 한다.

박씨가 남긴 글씨 문제는 ‘친일’과 ‘독재’ 잔재 청산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띤다. 문화재청 조사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이 쓴 현판 가운데 박씨가 쓴 글씨가 상당수로 ‘박정희 글씨 공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것이다. 국가보훈처 등 다른 부처 관할 것도 많다. 특히 항일 및 임진왜란 유적지에 많다고 한다. 이는 박씨의 글씨가 이순신 장군 성역화 작업에 이은 또 하나의 통치이미지 조작이었음을 말해준다. 자신의 과거를 덮고 독재의 목적을 향한 것이어서 국민의 동의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3월1일 윤봉길 의사 사당 ‘충의사’의 박씨 글씨 현판을 철거한 양수철씨가 구속됐다. 2000년 11월5일 문래공원 박정희 흉상을 철거한 김용삼씨와 이듬해 11월23일 종로 탑골공원 삼일문 현판을 철거한 곽태영씨도 형사처벌됐다. 시민운동가들의 희생으로 시대정신을 관철하는 것은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광화문 현판 교체와 관련해서도 제기된 바 있지만 이제는 당국이 나서 이런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고 여론을 수렴해 원칙과 규정을 세운 뒤 철거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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