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가 남긴 글씨 문제는 ‘친일’과 ‘독재’ 잔재 청산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띤다. 문화재청 조사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이 쓴 현판 가운데 박씨가 쓴 글씨가 상당수로 ‘박정희 글씨 공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것이다. 국가보훈처 등 다른 부처 관할 것도 많다. 특히 항일 및 임진왜란 유적지에 많다고 한다. 이는 박씨의 글씨가 이순신 장군 성역화 작업에 이은 또 하나의 통치이미지 조작이었음을 말해준다. 자신의 과거를 덮고 독재의 목적을 향한 것이어서 국민의 동의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3월1일 윤봉길 의사 사당 ‘충의사’의 박씨 글씨 현판을 철거한 양수철씨가 구속됐다. 2000년 11월5일 문래공원 박정희 흉상을 철거한 김용삼씨와 이듬해 11월23일 종로 탑골공원 삼일문 현판을 철거한 곽태영씨도 형사처벌됐다. 시민운동가들의 희생으로 시대정신을 관철하는 것은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광화문 현판 교체와 관련해서도 제기된 바 있지만 이제는 당국이 나서 이런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고 여론을 수렴해 원칙과 규정을 세운 뒤 철거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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