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5 17:42
수정 : 2007.05.15 20:35
사설
경선 규칙을 둘러싼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 사이 다툼 때문에 판이 깨질 지경까지 갔던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 전 서울시장이 여론조사율 하한선(67%) 보장을 마지막 순간에 포기했기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는 이에 “대승적 차원에서 큰 정치적 결단을 해준 데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으며, 나경원 대변인은 “한나당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쾌거”라고 밝혔다.
자화자찬이 지나치다. 애초 합의됐던 경선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만을 기준으로 다시 고치자거나 안 된다고 몇 주 동안 싸우다가, 당 안팎의 여론 악화에다 나름의 셈속으로 그만둔 것을 ‘대승적 결단’이니 ‘쾌거’니 하는 것은 낯간지럽다. 정치적 미화에 급급해할 때가 아니다. 두 대선주자는 오로지 자신들의 이해다툼 때문에 당원과 지지자들을 어지럽게 한 데 대해 먼저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아전인수격으로 대단한 치적이나 되는 양 내세우면서 그동안의 불필요했던 혼란에 대해서는 모르쇠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주자들의 싸움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줄곧 끌려다닌 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특히 강 대표는 당내에서조차 위헌론이 제기된 중재안을 내놓고는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원직을 내놓겠다는 등 황당하게 처신했다. 그에게는 그야말로 자숙과 근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반성이 없고서는 이번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
두 후보는 이제부터라도 정책과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겨루어야 한다. 왜 자신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 평화와 양극화 해소 등 숱한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등을 국민 앞에 당당하게 내놔야 한다. 지금처럼 소속 의원이나 당원협의회장 등 유력 정치인을 각 진영에 줄세우는 식의 세 경쟁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낡은 정치 방식으로는 진정한 성공을 이뤄낼 수 없다.
후보들은 경선 과정에서 당원과 국민의 검증대 위에 기꺼이 올라가야 한다. 후보 검증은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를 가려내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민주적 절차이기 때문이다. 당 검증위원회에만 맡겨놓자는 것은 옳지 못하다. 후보 상호간에, 또 언론의 폭넓은 검증을 보장해야 한다. 그럴 때 본선에서도 경쟁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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