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5 17:43
수정 : 2007.05.15 20:36
사설
일본의 헌법 개정 절차를 규정한 국민투표법이 그제 참의원을 통과해 확정됨으로써, 일본내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게 생겼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법률 통과를 밀어붙였다. 그들의 목표는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 보유를 금지하는 헌법 9조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투표법은 본격적인 개헌 움직임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공산당·사민당 등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국민투표법에 반발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헌법을 흔히 ‘평화헌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9조 때문이다. 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국제분쟁의 해결수단으로 삼는 걸 영구히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조항의 개정은 일본은 물론이고 동북아 정세에도 중차대한 문제다. 만약 자위대가 정식 군대로 탈바꿈하고 나라밖에서 무력행동에 나서게 된다면, 동북아는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일본 우파의 개헌 움직임은 미국의 세계 군사 전략과도 연결되어 있다.
아베 총리는 헌법 9조 개정을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때 쟁점으로 부각시켜, 개헌 움직임을 가속화하려 하고 있다. 국민투표법이 2010년 5월까지는 개헌 발의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양심세력과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세력의 대결은 곧 본격화할 것이다. 다행히 9조 개정을 지지하는 여론이 소수라지만, 일본의 우경화 추세를 생각할 때 양심세력은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헌법 개정은 일본의 주권 문제다. 하지만 9조만큼은 세계 평화세력 모두의 관심사다. 개헌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일본 헌법이 점령군이 강요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깎아내리지만, 일본 헌법은 평화주의 정신을 모범적으로 구현한 헌법이다. 이 정신은 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 주요 문명국 헌법에도 엇비슷하게 담겨 있다. 한국의 헌법도 예외는 아니다. 평화헌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일본이 과거 침략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군사 경쟁은 평화에 역행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같은 이유로 한국 시민들도 일본 양심세력의 평화헌법 수호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대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두 나라 평화 세력이 힘을 합쳐야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걸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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