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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7 18:55 수정 : 2007.05.17 19:14

사설

남북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반세기 넘게 끊어진 한반도의 혈맥이 마침내 이어진 것이다. 어제 경의선(문산~개성)과 동해선(금강산~제진)에서 이뤄진 남북 열차 시험운행은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전돼 온 남북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다.

남북 열차 운행은 경협 확대와 분단체제 극복이라는 두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경협에서는 무엇보다 개성공단 사업이 큰 탄력을 받게 됐다. 우선 개성공단의 물자 수송과 북쪽 노동자 통근용 열차 운행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러고 나면 남쪽 노동자 통근과 개성 관광객 수송을 위한 열차 운행이 논의될 것이다. 동해선은 금강산 관광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고, 다음달부터 시작될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 사업 역시 철도 연결과 맞물려 있다. 북쪽 철도·항만·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투자 논의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그 다음 과제는 서울~평양 철도 개통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중국횡단철도(TCR)와의 연결이다. 이 모든 것이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실질적 내용이다.

열차 운행 확대는 냉전·분단 구조를 평화구조로 바꿔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군사분계선을 넘는 열차가 많아지는 만큼 분단 장벽은 낮아지고 평화와 통일이 다가온다. 하지만 북쪽은 이번 운행을 앞두고 상설이 아닌 한시적 군사보장에 그쳤다. 북쪽이 철도 개통에 큰 경계심을 갖고 있으며, 정식으로 개통되기까지 협의가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번 운행을 발판 삼아 신뢰를 쌓아감으로써 군사보장 문제로 진통을 겪는 일이 더는 없도록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쉬운 것은 이번 열차 운행이 2·13 합의 이행이 지체되는 가운데 이뤄진 점이다. 북한 핵문제가 남북 관계를 전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2·13 합의가 안정적으로 이행되기 전까지는 남북 관계도 크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안에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철도 운행 상설화를 포함한 남북 경협 확대 논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북쪽은 방코델타아시아 북한 돈 송금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이행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이미 시한을 한 달 이상 넘긴 상태여서 국제사회의 대북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또한 북한 돈 문제를 풀겠다고 약속한 이상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6자 회담 진전이 항상 남북 관계보다 앞서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남북 관계의 고유한 추진력과 목적을 잃을 수 있다. 한반도와 관련된 문제는 당사자인 남북이 주도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원칙에서 볼 때 남북 관계는 분명히 6자 회담과 구별되는 독자적 영역을 갖고 있다. 특히 6자 회담이 진전돼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단계가 되면 남북의 의지가 더 중요하게 된다. 남북 관계의 독자적 동력을 유지하면서 때에 따라서는 6자 회담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열차를 평화와 공동 번영의 초석으로 만드는 것은 양쪽의 적극적 노력이다. 곧 열릴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부터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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