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7 18:56
수정 : 2007.05.17 18:56
사설
상지대 임시이사회의 정이사 선임 결의 무효 청구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여러모로 유감스럽다. 비록 옛 사립학교법상, 임시이사의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아 민법 등의 일반 원칙을 원용해 내렸다고는 하나, 이 판결은 사학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새 이사진을 구성할 때, 부정과 비리로 물러났다 해도 전 이사장과 협의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학의 사적 소유를 일부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법리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동안 학교를 사유화하여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던 일부 설립자나 재단의 전횡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 김문기씨는 1993년 학생 부정 입학, 교수 임용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봉급 포기각서 종용, 학원 터를 개인 터로 등록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부정·비리의 종합판이었다. 다른 사학도 마찬가지여서, 1999년 이후 5년 동안 종합감사를 받은 사립재단 38곳이 저지른 비리 총액은 2000억여원에 이르렀다. 동해대 설립자는 200억여원의 학교 재산을 횡령하기도 했다. 이런 자들이 쾌재를 부를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
법리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예컨대 정태수씨가 한보그룹을 설립했다고, 회사가 정상화된 뒤 소유권 혹은 경영권을 돌려 줄 수는 없다. 공공교육을 위해 기증된 공적 재산인 학교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 우리나라 사학은 거의 전적으로 국고 지원이나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재단 전입금이 한 푼도 없었던 대학이 40곳에 이른다. 2003년 사학의 재산은 31조원으로 10년 전보다 20조원이 늘었지만, 재단 기여분은 8% 정도에 불과하다. 모두 학생과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나 국고 지원으로 늘린 것이다. 재단이든 설립자든 소유권 주장은 낯뜨겁다.
개정 사학법에는 옛 사학법과 달리 이사 선출 규정이 명시돼 있다. 정부는 흔들리지 말고 이 규정에 따라 문제의 사학들을 정상화해 학생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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