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21 18:05
수정 : 2007.05.21 19:11
사설
25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임기 중 투표로 해임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가 시행된다. 무능하고 부패한 인물을 중도에 하차시키거나 단체장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12년이 됐지만 그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주민 참여가 어렵고 선거가 끝난 뒤 단체장들을 견제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명백한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사법처리가 가능하지만, 법 위반 여부가 모호하거나 중요 공약을 번복한 경우,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처신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단이 없었다. 지방의회 역시 제구실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잦은 외유성 국외출장으로 스스로 물의를 빚고 있다.
주민투표제와 주민소송제가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해 효과적인 견제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이에 반해 주민소환제는 많은 주민의 동의만 확보할 수 있다면 짧은 기간에 단체장이나 의원을 소환할 수 있고, 소환투표가 공고되는 순간부터 권한을 정지시킬 수 있기에 그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무리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부산시장과 부산진구청장을 상대로 소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위의 따가운 눈총에도 남미행 출장을 강행한 서울의 여러 구청장들에 대해서도 소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밖에도 광명·수원·하남 시장과 합천 군수 등 소환 대상으로 거론되는 단체장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 대한 소환 발의 자체만으로도 단체장들의 경각심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겠지만 한두 명이라도 주민소환이 성사된다면 그 충격은 더 클 것이다.
물론 주민소환제 발동만이 능사는 아니다. 주민소환제는 인기에 영합하는 선심행정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소각장이나 화장장을 무조건 거부하는 지역이기주의에 맞서 소신행정을 펼치기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주민들의 비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바뀌고자 하는 노력에 나서는 일이다.
주민소환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느냐 부작용만 키울 것이냐는 결국 주민들에게 달렸다. 무엇보다 선심행정과 지역이기주의에 휩쓸리지 않는 성숙한 주민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소환제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바탕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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