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임새와 내실 갖춘 안전교육이 돼야

사설

지난 17일 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소방 안전 교육을 받다가 굴절 사다리차에서 떨어져 아까운 목숨을 잃은 학부모 두 사람의 영결식이 어제 열렸다. 소방당국이 사다리차의 안전성만 믿고 다른 보조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채 사람을 태웠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유족들의 슬픔도 크겠지만, 현장을 지켜본 많은 어린이와 학부모도 사고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안전교육을 하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굴절차의 탑재함을 지탱하는 줄이 끊어진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보여주기식 안전교육도 이번 사고를 부른 한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교육은 서울 소방방재본부가 관내 소방서에 “가족의 달을 맞아 안전체험 행사를 열라”고 지시해 시작됐다고 한다. 사고 현장을 비롯해 10여 곳에서 열린 캠프의 교육 내용을 보면, 굴절 사다리차 탑승이나 구조낭 대피 등 위험한 체험교육이 적지 않았다. 이런 교육은 소방당국이 보고서에 사진을 덧붙이기에는 그럴 듯하겠지만, 참가자들한테는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 그럼에도 소방당국은 매트리스를 바닥에 까는 등의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도리어 안전 불감증을 키우는 반교육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교육 대상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교육 내용도 많았다고 한다. 참가자의 흥미를 끌 필요는 있겠지만, 소화기를 들기도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소화기 사용법을 가르쳤다는 건 이해하기가 어렵다. 교육 효과를 앞세우기보다는, 상부 지시에 따라 치르는 일회성 행사로 여긴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안전교육은 평소에는 시간을 뺏는 일 같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사람의 목숨을 좌우한다. 어려서부터 나이에 맞게 실제 적용이 가능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그것을 몸에 익혀가는 훈련이 돼야 한다. 이번 교육도 소방방재본부는 차량만 내주고 교육 내용은 일선 소방서가 준비했다고 한다. 소방방재본부가 나서서, 실효성 있는 교육이 되도록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함께 교육받는 사람의 수를 줄이는 대신 교육 기회는 늘리는 것이 기본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안전교육인 만큼 참가자들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교육이 되도록 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고를 이유로 안전교육을 기피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