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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2 18:14 수정 : 2007.05.22 20:34

사설

국가인권정책협의회가 확정한 ‘2007~2011년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어제 법무부가 발표했다. 정부에서 앞으로 추진할 인권정책에 관한 종합계획을 처음으로 마련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여전히 인권 후진국이란 비판을 벗기 어려울 듯하다.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등 핵심이 빠졌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 관련 시민단체를 논의에서 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하나, 결과는 그야말로 실망스럽다.

사형제의 경우, 이를 폐지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분석해 국회 법안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허용할지는 국방부의 연구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조처를 마련하기로 했다. 사형제는 효과가 의심스럽고 국가에 의한 살인행위라는 도덕적 문제도 있어 이미 많은 나라가 폐지했다.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에게 대체복무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잡아가두는 것도 헌법상의 사상·양심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일이다. 물론 이들 사안에 찬반 논란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인권은 국민의 헌법적 권리다. 인권 보장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지닌 정부라면 앞장서 의견을 내고, 입법이 필요한 것은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넘기는 게 옳다. 신중함을 핑계로 국회에 다 넘기겠다면, 정부가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보안법 문제는 더 심각하다. 유엔 인권위원회가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이미 오래 전에 점진적 폐지를 권고한 이 법을 전혀 손대지 않기로 한 것은 정부의 인권보장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위반 사범은 사안에 따라 기소유예나 불입건 처리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법을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수사기관의 재량에 따른 법 적용은 또다른 인권 침해의 위험을 키울 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고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것만으로 우리나라가 인권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권 보장의 수준이다. 위 세 사안은 모두 국가인권위원회가 폐지나 도입을 권고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다. 이를 빼놓고 인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시행하면 아시아의 인권 선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거꾸로 국제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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