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23 18:04
수정 : 2007.05.23 20:55
사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로 판정내렸다. 예상했던 대로다. 지난 4월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합리적인 수준의 개방을 약속한 만큼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통상 현안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국민의 건강 문제다. 우리는 특히 갈비와 우족 등 뼈나 뼈에 붙은 살을 많이 먹는 까닭에 광우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 이번 판정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불가피해졌다 하더라고 대책 없이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을 재개해서는 안 된다. 국민 건강을 지킬 최소한의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특히 신경 쓰이는 대목은 모든 연령대의 쇠고기를 수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다. 마이크 요한스 미국 농무장관은 이번 결정을“모든 연령대의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게 거래되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라며 “교역국들이 이른 시일 안에 조처를 취하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까지 수입하도록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수입 대상을 30개월 미만의 소로 한정한 것은 국민 건강을 생각해 설정한 마지노선이다. 결코 양보해선 안 된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올해부터 새로 시행된 식품위생법에 따라 대형 고깃집은 원산지 표시 의무가 있으나 300㎡에 못미치는 식당은 그렇지 않다.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대부분의 업소가 제외된 셈이다. 원산지 표시의무를 매장 크기와 상관 없이 모든 식당으로 확대해 소비자에게 선택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자기가 먹는 고기가 동물성 사료로 키운 미국산인지 한우인지도 모른 채 먹는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단체 급식에서도 감시와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학교급식에선 조례제정 운동 등을 통해 우리 농산물 사용이 늘어가는 추세지만 공공기관이나 회사, 공장 등 구내식당에서 이뤄지는 단체 급식은 완전한 사각지대다. 현행법이 단체 급식을 영업자가 아닌 것으로 보고 원산지 표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뭐라 변명해도 정부가 자유무역 협정 협상 과정에서 다른 이득을 얻고자 국민의 건강을 양보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장치라도 먼저 마련해 놓고 수입을 허용하는 것이 일의 순서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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