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24 17:09
수정 : 2007.05.24 19:10
사설
정치 현장으로 복귀한 유시민 의원의 뒤를 이어 변재진 현 보건복지부 차관이 장관으로 내정됐다. 경제관료 출신인 내정자의 면모를 볼 때 그의 정책기조는 유 전 장관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예견된다. 그런 면에서 유 전 장관의 15개월 재임 시절에 대한 평가가 새삼 중요하다.
유 전 장관과 측근들은 재임기간 의욕적인 업무 추진으로 개혁적 성과를 낸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30곳은 이례적으로 사퇴한 장관을 두고 성명서를 내, 보건복지 정책의 “파괴적 후퇴”를 낳았다고 혹평했다.
유 전 장관이 두터운 대통령의 신임과 개인적 재능으로 참여정부 전반기의 지지부진한 복지정책에 변화 동력을 불어넣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경제관료보다도 더한 시장주의자, 자유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냈고, 사회적 대화보다는 독선적, 때론 정략적 목적의 정책 추진과정을 선보였다. 이로써 국가복지의 확대와 공공성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와 배치되는 결과를 부르고 말았다. 신임 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자신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른바 ‘유시민식’ 복지정책의 방향과 추진 과정 및 정책 결과에 대해 겸허히 자성하는 자세로 출발해야 한다.
내정자의 첫번째 소임은 누더기가 된 반민생적 의료법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다. 의료계에 핵심을 모두 양보한 채, 의료체계의 상업화·영리화, 건강보험의 위축과 의료 양극화의 길만 한껏 열어놓은 의료법 개정을 ‘개혁입법’이란 미명 아래 밀어붙이는 건 국민 보건의료에 치명상을 주는 일이다. 이미 용도 폐기된 ‘유시민식’ 연금제도 개혁에 더는 집착해서도 안 된다. 노후소득 보장이란 대의가 훼손되지 않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연금개혁안을 만들 용기가 없다면 차라리 차기정부의 개혁과제로 넘기는 편이 낫다.
재정 절감책으로 내세웠던 의료급여와 약가결정 개선방안도 재검토해야 한다. 의료급여 개선책은 빈민의 건강권이 훼손되지 않는 근본적 보완책으로, 약가 결정 방식은 건강보험공단의 실질적인 약가 결정권과 기존 약에 대한 약가 개혁을 보장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개선책으로 거듭 나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비한 특단의 대응책도 고민해야 한다. 제약산업 피해 보전과 육성책 마련에 그칠 일이 아니다.
아울러 사회 양극화 심화에 대비해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내실화하고 다른 사회정책과 연계효과를 극대화하는 정책을 생산해 내야 한다. 양극화와 저출산,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 국면에서 복지정책의 위상과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급박한 현실을 고려할 때 재임기간의 장단을 논할 여유가 없다.
새 복지부 장관은 무엇보다 ‘어설픈’ 시장주의적 접근보다는 국가복지 강화라는 근본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중시하면서 ‘유시민식’ 보건복지 정책기조와 분명히 결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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