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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8 09:55 수정 : 2007.05.28 09:55

정부가 북한에 대한 쌀 차관 제공을 2·13 합의 이행의 진전이 있을 때까지 미루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달 말로 잡혀 있던 첫 식량 수송부터 불확실해졌다. 지난달 하순 남북경제협력 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합의한 40만t의 대북 쌀 차관 제공 계획이 시작부터 어그러지게 된 것이다.

정부는 경협위 회의 당시 “북한의 2·13 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쌀 차관 제공시기와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조건을 붙였음을 들어 방침이 특별히 바뀐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조건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고의로 2·13 합의를 깨는 경우를 상정한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지금 상황엔 들어맞지 않는다. 방코델타아시아 북한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2·13 합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책임을 북쪽에만 돌리기는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미국 정부의 책임이 더 큰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쌀 차관 연기는 남북 관계를 6자 회담에 종속시키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6자 회담과 남북 관계가 무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양쪽은 별도의 목표와 진행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결정적 파국 상황이 아닌 한, 별도로 진전시키면서 서로 뒷받침하고 이끌어주는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른길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6자 회담의 세부 이행 과정에 남북 관계를 맞추려 한다면 양쪽의 시너지 효과는 고사하고 남북 관계의 기본 틀마저 어그러지게 된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제21차 남북 장관급 회담과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 논의부터 영향받을 것이다.

게다가 쌀 차관은 가장 기본적인 인도적 지원이다. 최근 북쪽이 여러 통로를 통해 다급한 식량 사정을 전해온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쌀 차관은 많은 북쪽 주민의 목숨이 걸린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를 대북 압박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것은 인도적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역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쌀 차관 시기를 저울질하며 미국 쪽 눈치를 본다는 말이 나오는 건 유감이다. 미국이 무리한 잣대로 남북 관계에 일일이 개입하려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평화통일 헌법을 갖고 통일부까지 둔 나라의 정부가 거기에 흔들리는 건 더 큰 잘못이다. 정부는 대북 쌀 차관을 예정대로 시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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