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28 18:15
수정 : 2007.05.28 19:00
사설
전도연씨가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강수연씨가 받은 이래 20년 만에 우리 배우가 받는 세계 3대 영화제에서의 여우주연상이다. 전씨는 물론 한국 영화계로선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전씨의 연기력은 국내에선 이미 정평이 나 있던 터였다. 10년 전 데뷔작 <접속>으로 국내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쓴 이후 <내 마음의 풍금> <해피엔드> <너는 내 운명> 등을 통해 연기력의 깊이와 폭 그리고 다채로운 색깔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솔직히 전씨의 수상이 더 반가운 까닭은 한국영화에 대한 국제적인 주목도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2002년 임권택 감독과 이창동 감독이 칸과 베니스 영화제에서 받은 감독상, 2004년 김기덕 감독이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받은 감독상, 박찬욱 감독이 칸에서 받은 심사위원대상 등은 중국과 일본 영화에 쏠렸던 세계 영화인의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놓았다. 이는 한류를 확산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런 기대감은 급격히 떨어져, 한국영화의 국외 수출은 2005년에 비해 지난해 무려 68%나 떨어졌다.
한국영화의 위기적 상황으로 말미암아 이번 수상은 더욱 빛난다. <뉴욕타임스>의 언급처럼 “최근 몇 해 동안 침체에 빠졌던 칸 영화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밀양>과 ‘전도연’이니, 우리 영화계에도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올 1분기 관객 수는 지난해보다 41.3%나 줄었다. 지난 3월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28.6%로 최근 3년 이래 최악이었고, 5월엔 26.9%로 더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볼만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점이었다. 졸속 제작-팬들의 실망 외면-제작사의 손실 누적-투자 위축과 제작 감소-한국영화의 공동화라는 시나라오까지도 예상되고 있다.
물론 <밀양>이 한국영화에 드리운 어둠을 걷어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수렁에서 탈출할 길만은 보여준다. <밀양>은 홍보에 제작비를 쏟아넣지도, 기존의 흥행 코드에 순응하지도 않았다. 극단의 고통속에서 삶의 의미를 묻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 작가와 독자의 소통을 외면하거나 잃지 않았다. 그래서 <밀양>의 절규와 웃음은 독자의 고통과 기쁨이 되었다. <르몽드>의 지적처럼 “밀양은 날카로운 작가영화와 상업영화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 영화”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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