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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5 18:25 수정 : 2005.03.25 18:25

한국방송에서 노무팀 직원이 노동조합 회의를 몰래 녹음을 한 것은 개탄할 일이다. 한국방송 노조는 방송사 국제회의실에서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던 중에 “노무팀 직원이 불법도청을 하던 현장을 적발했다”며 증거로 녹음 테이프와 직원의 ‘자술서’를 공개했다.

노무팀 직원에 의한 노조회의 ‘몰래 녹음’은 명백한 부당 노동행위이자 도덕적으로도 공영방송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노조가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도 당연한 대응이다. 더구나 경영진과 ‘갈등 관계’에 있는 노조가 최근 벌인 ‘사장 평가, 팀장 평가’의 설문조사 결과를 논의하는 자리였기에, 몰래 녹음을 한 일은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조가 곧장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지나치다. 노조는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고 정 사장에게 오는 29일까지 퇴진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할 때 모든 조합원들과 함께 “강력한 퇴진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나라당까지 논평을 내 “국민의 세금인 시청료가 도청에 쓰였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정 사장에게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회사 쪽은 자체조사 결과 “결단코 회사 간부나 해당 팀 차원의 조직적인 행위가 아니라 (개인의) 업무의욕 과잉으로 빚어진 우발적인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우선 ‘몰래 녹음’이 ‘개인의 우발적인 일’인지 아니면 ‘경영진이 개입된 일’인지 진상부터 가려야 옳다. 만일 경영진이 개입된 증거가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사장 퇴진 요구는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하지만 직원 개인의 우발적인 잘못인데도, 사장 퇴진투쟁을 벌이거나 여기에 한나라당이 가세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공세’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일을 보면서 한국방송 노사가 잠정적으로 대립해 파국을 향해 치닫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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