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29 19:01
수정 : 2007.05.29 19:28
사설
퇴근했다가 밤늦게 사무실로 돌아오는 공무원들이 있다고 한다. 남은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초과근무 수당을 챙기려고 다시 나와 퇴근 기록을 조작하는 공무원들 이야기다. 며칠 전 서울 몇몇 구청에서 기자들이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는데,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이들이 이토록 부도덕해서야 나라가 어떻게 바로 서겠는가. 게다가 이렇게 편법이 판을 치는 자리에서 공무원들끼리 “아무개 직원은 원칙이 있는 사람이어서 카드를 찍어도 직접 찍는다”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한다. 편법에도 ‘원칙’이 있다는 소리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공무원들이 편법으로 수당을 챙기는 일은 고질적인 병폐가 아닌가 싶다. 지난 1월엔 수원시 공무원들이 5년 동안 초과근무 수당 333억여원을 부당하게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이 알려지자 행정자치부는 전면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수원시장 주민소환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서울에서 똑같은 일이 버젓이 벌어졌다. 실태조사니 뭐니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공무원들의 강심장이 놀라울 뿐이다.
공무원들의 편법을 뿌리뽑으려면, 출퇴근 기록 방식을 바꾸는 정도로는 안 된다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 초과근무 기록을 손으로 작성하면 조작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많은 지자체들은 개인카드나 지문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문제가 된 서울지역 구청들도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 그래도 편법을 막지 못했다. 밤늦게 다시 사무실에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만 유발한 꼴이다.
그렇다고 공무원들의 도덕성에만 호소해서 될 일도 아니다. 부당한 행위로 얻는 이득보다 적발됐을 때의 불이익이 훨씬 크고 결정적임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축내는 공무원들은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걸 이번만큼은 분명히해야 한다.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본보기로 삼아야 할 터이다.
아울러 수당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전국공무원노조의 한 지부장은 저녁 6~8시 사이에 일하는 것은 시간외 근무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귀담아 들을 만한 이야기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면, 부정 행위를 저지를 유혹을 떨치기가 그만큼 어렵다. 감시와 처벌만으로는 부정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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