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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9 19:02 수정 : 2007.05.29 19:27

사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편법으로 넘긴 사건를 두고 서울고법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1심 판결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매겼다. 재벌의 부도덕한 편법상속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과정은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기업 위에 군림하는 재벌 총수들의 황제경영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세금 없이 회사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대물림해 온 재벌의 부도덕함을 그대로 드러낸 경우다. 일일이 법을 따질 것도 없다. 연간 매출 150조원 규모의 삼성그룹 경영권을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건네줬다면 어떤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삼성에버랜드는 1996년 말 주당 순자산가치가 22만3천원(상속증여세법상 평가 12만7천원)에 이르는 전환사채를 7700원이라는 헐값에, 그것도 이사회 결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해 이 회장 자녀들에게 넘겨줬다. 이어 주당 70만원으로 평가되는 삼성생명 주식을 9천원씩에 인수해 이재용 전무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권을 장악하는 결정적 기반을 만들어줬다. 누구라도 그룹 경영권을 편법으로 상속하려는 준비된 과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회장과 그룹 전략기획실(당시 비서실)이 개입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검찰은 삼성 그룹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엄벌해야 한다.

이번 고법 판결은 법학 교수 43명이 검찰에 고소한 지 7년 만에 내려졌다. 검찰은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고, 법원도 판결을 미루면서 재판부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 이건희 회장은 7년 동안 한차례도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은 더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지 말고 추가 수사를 통해 법의 엄정함이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업과 경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미국 법원이 회계 부정을 저지른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한 전례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늑장수사와 집행유예를 통한 석방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된다면 편법상속과 부당 내부거래 등 재벌기업들의 불법적 행위는 사라지지 않는다. 검찰과 법원은 에버랜드 사건을 경제정의를 바로 세우는 표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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