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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9 19:02 수정 : 2007.05.29 19:27

사설

엊그제 일본 오사카에선 코리아국제학원 발기인 대회가 열렸다. 한국인 조선인 일본인이란 경계를 넘어 동아시아적 시야를 가진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육목표를 내건 학원이다. 민족과 이념의 틀 속에서 각축해 온 재일동포 사회로서는 전혀 새로운 교육적 시도가 아닐 수 없다. 기존의 가치와 경계를 훌훌 털어버리자는 것이니 말들이 없을 순 없겠지만 가야 할 방향이다.

재일동포 역사는 이제 100년을 넘어섰다. 그동안 재일동포 사회는 한국인 혹은 조선인으로서 정체성을 지키고자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약자이지만 떳떳한 조선(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지킬 수 있었다. 일본이 패권주의로 쏠리는 데 대한 경종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포사회는 남북 국적 혹은 일본 국적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갈등했고, 그 결과 동포들은 전체적으로 남북, 일본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주변인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이념·민족·국적 등 분열 요인들에 큰 질적 변화가 생겼다. 남북관계는 대결에서 화해와 공존으로 전환되고 있고, 일본과의 민족적 갈등도 완만하나마 큰 틀에서 바뀌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결혼·이민·유학에 따른 새로운 동포 세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전처럼 동포사회의 정체성을 이념과 민족의 틀에 규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새로운 세대는 경계인 혹은 주변인을 넘어서는 새로운 위상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동포사회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 온 민단과 총련의 민족학교도 급격히 위축됐다. 학교는 통폐합되고 교육이념도 흔들린다. 일본사회의 따돌림은 강화됐다. 일본 국적을 취득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재일동포 청소년은 선택을 강요받았고, 정체성 혼란은 심각해지고 있다. 아직도 이념과 체제 경쟁을 극복하지 못한 민단과 총련은 더는 동포사회에 희망을 주지 못한다.

코리아국제학원이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라니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김시종 학원장의 말처럼 재일동포 사회는 동북아시아적 시야를 가지고 일본에서 살아가는 의미와 전망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주변인에서 벗어나, 동북아의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평화를 이끌어내는 주체로서 자리잡을 수 있다. 동포사회의 통합도 이룰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건 남북 동포의 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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