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국무회의에서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논란을 두고 언급한 내용을 보면,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감정을 삭이지 못한 흔적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언론관을 따지기 앞서, 안타깝고 걱정스럽다.노 대통령은 이번 논란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우리가 이번 조처에 반대하는 것은 기자실로 상징되는 과거 언론의 구태를 옹호하거나, 당장의 ‘편의’에 연연해서가 아니다. 주요 뉴스원인 정부의 각종 활동에 언론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 결국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해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투명성을 높이는 조처를 취하기에 앞서 언론의 취재활동부터 제한한다면, 정부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궤변대로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순 있겠지만, 그것은 정부가 제공하는 일방적 정보일 뿐이다. 정작 알아야 할 정보나 정부가 원하지 않는 정보는 쉽게 은폐된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공적 기능을 다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런 지적을 외면하고 “기자실 개혁”이라며 자기 주장만 펴는 노 대통령의 자세는 옳지 않다. 미국 등에도 엄연히 있는 기사송고 시설을 “없다”고 하거나, 대부분의 언론과 정당·대선주자들의 반대를 “일부”라고 외면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공개 토론을 할 뜻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이 토론이 건강한 공론의 마당으로 되게 하자면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전면 철회하고 원점에서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제대로 된 토론은, 자신이 틀렸거나 상대의 생각이 더 옳다면 이를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어야 한다.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그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잘못이라고 비판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 열린 자세로 토론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 노 대통령이 송고실 폐쇄까지 거론한 것은 저잣거리의 ‘으름장’을 떠올리게 한다. 송고시설은 국가가 언론의 공적 성격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제공하는 것이지 시혜가 아니다. 토론을 하자면서 권력을 과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또, 논점을 분명히해야 한다. 이번 조처의 본질은 ‘취재 제한’과 ‘알권리 침해’다. 이를 언론의 기득권 지키기로만 몰고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