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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1 18:32 수정 : 2007.05.31 20:02

사설

이른바 ‘교수 감금 사건’으로 출교당한 고려대 학생들의 출교처분 무효소송 첫 변론이 어제 열렸다. 결국 스승과 제자가 피고와 원고로 법정에 선 것이다. 마땅히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법률적 판단에 맡겨졌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학교 구성원들이나 시민사회에서 강력히 요청했는데도 합리적인 해결을 거부한 학교 당국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학교가 학생에게 내리는 징계는 사법처리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징벌을 우선시하는 사법처리와 달리 학교의 징계는 교육적 효과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징벌보다는 자성을 이끌어내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학교의 징계는 그 자체로 교육인 것이다. 그러나 고려대 당국은 반성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학생들에게 ‘사형선고’에 해당하는 출교조처를 내렸다. 지난 400여일 동안 대화와 화해의 시도도 없었다. 한국의 고등교육을 이끌어 왔다고 자부하는 대학으로서 치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사설 학원에서도 그렇게는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법원은 원하든 원치 않든 출교조처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이른바 ‘교수 감금’은, 지난해 통합돼 고려대의 성원이 된 옛 보건전문대 학생들에 대한 학생회 투표권 부여 여부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학생 자치기구의 선거권에 관한 사항이고, 통합의 취지에 따를 때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사안이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보건대생의 학생회 투표권을 거부했다. 보건대생들의 요구서조차 받으려 하지 않았다. 이 요구서를 억지로라도 내려다 빚어진 게 이른바 ‘감금’이다. 이후 학교 쪽은 학생들이 온갖 패륜 패덕한 짓을 했다고 세상에 알렸다. 그러나 그 내용을 두고서도 이론이 많다. 여론 재판으로 내몰기 위한 허위·과장이 많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엄정하게 살펴, 출교의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

아울러 학교 당국은 이 치욕스런 재판이 빨리 끝나도록 교육적 해결을 서두르기 바란다. 학생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앎의 폭과 깊이가 심화되며 인격이 성숙된다. 시행착오 때마다 징벌하고, 나아가 학생 자격까지 박탈한다면 교육이란 존재할 수 없다. 퇴출 대상은 오히려 그런 학교다. 아울러 교권은 학칙으로 확보되는 게 아니다. 학생들의 존경심과 동의가 없다면 교수란 지식 장사치에 불과함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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