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31 18:34
수정 : 2007.05.31 20:02
사설
환경부가 엊그제야 지하수 노로바이러스 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국무총리가 지하수에 대해 노로바이러스 조사를 하라고 지시한 지 반 년 만이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집단급식 사고가 일어난 뒤 식약청이 노로바이러스를 지하수 검사항목으로 지정할 것을 건의했고, 올 들어서도 전국적으로 계속되는 집단 설사병의 원인으로 보건당국이 지하수를 지목하는 상황에 비추어 너무 한가한 대응이다. 계획 수립조차 이토록 꾸물거리는 환경부한테, 집단 설사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부모 마음을 헤아려 보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하수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되어 집단 설사병이 발생했다고 국립환경과학원이 확인한 게 벌써 3년 전이다. 진작 지하수의 바이러스 관리가 시작돼야 했다. 문제가 곪아터질 때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길 거듭 촉구한다.
환경부의 대책은 내용면에서도 미흡한 점이 많다. 환경단체인 ‘환경과 공해연구회’는 노로바이러스 외의 다른 수인성 질병 원인 바이러스도 같이 조사하고, 지하수뿐 아니라 수돗물과 상수원수도 폭넓게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확인할 것을 촉구했다. 타당성 있는 요구다. 지난 6년 동안 노로바이러스보다 세 배나 많은 장염을 일으킨 바이러스도 있다 하니, 한꺼번에 조사하는 것이 여러 모로 효율적일 것이다. 매번 문제되는 항목만 찔끔찔끔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때도 되지 않았나. 환경부는 수돗물은 염소 소독을 하니 안전하다고 보지만 정작 수돗물이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되어 있는지는 확인해 본 적이 없다.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노로바이러스는 정수처리 과정의 염소 소독으로 충분히 살균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이런 의문들이 있는 한 수돗물 불신은 해소되기 어렵다.
환경부는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모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환경보건 정책을 전향적으로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렇게만 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환경부 정책은 여전히 화학물질 쪽에 치중되어 있고 병원성 미생물 관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몇 해 동안 집단적인 급식사고, 설사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데도 병원성 미생물 쪽을 배제시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올바른 환경보건 정책을 수립하려면 유해 원인별로 현재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정밀하게 평가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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