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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1 17:42 수정 : 2007.06.01 18:55

사설

서울시교육청이 엊그제 발표한 서울국제고 입시요강을 보면, 이 학교를 설립해야 할 이유보다는 설립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더 잘 정리돼 있다. 이 학교는 서울시 예산과 국고로 설립되고 운영된다. 건축비만 270억원에 이른다. 세 배 이상의 학생이 다니는 일반 공립학교 건축비(200억여원)보다 더 많다. 기숙사도 공짜로 제공하고, 학급당 학생도 25명에 불과하며, 교과교실제를 운영한다. 학생 셋에 한 사람꼴로 교사가 배정되고, 외국인 교사도 1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만저만한 특혜가 아니다.

이런 학교라면 당연히 공공성이 강해야 되고, 법적 근거에 충실하게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이 학교의 운영계획은 이와는 정반대다. 애초 국제고는 외교관이나 주재원 자녀 등 장기 국외체류 학생들의 국내 적응을 돕고 특장을 살릴 수 있는 학교를 세울 수 있다는 초중등학교법에 따라 설립됐다. 그런데 이런 학생의 선발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생색용으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 10%를 선발한다지만, 나머지 80% 정도는 학업성적과 영어 실력에 따라 선발된다. 결국 다른 특목고처럼 성적 우수자를 선발하게 된다. 설립근거가 실종된 것이다. 게다가 국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고려해 수능 혹은 대학별 전형 대비 과정도 제공한다고 한다. 교과목 편성에서도 다른 특목고보다 제약을 덜 받으니, 입시명문으로 발돋움하는 건 시간문제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이 사교육 혜택을 잘 받아 선발된 소수 학생들을 위해 입시 명문고를 하나 더 세우는 꼴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서울시교육청은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공정택 교육감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으니 거부할 수도 없을 게다. 사실 고교 과정에서 이른바 글로벌 리더를 육성하겠다는 발상부터 가당찮다. 대학 학부까지도 교양과정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게 요즘 추세다.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은 전인교육이다.

이런 국제고 설립은 철회돼야 한다. 이 학교 설립과 관계 있는지 몰라도, 저소득층 아이들 급식비가 무려 300여억 원이나 삭감됐다고 한다. 차제에 교육부는 민선 지자체장이나 시·도교육감이 선심 차원에서 남발하는 특목고 설립을 차단해야 한다. 설립 인가권을 회수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사전 협의권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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