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코델타아시아(비디에이) 북한 돈 문제가 끝없이 늘어지고 있다. 2·13 합의 초기단계 조처 이행시한이 두 달 가까이 지났으나 비디에이 문제는 거의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중국 방문도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이대로 가다간 2·13 합의 자체가 무력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관련국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우선 미국 정부의 적극적 태도가 요구된다. 미국은 비디에이 북한 돈 2500만달러에 대한 동결을 해제한다고 발표한 뒤에도 미국 은행을 통한 송금 중계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미국 은행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지만, 그 이유 또한 미국 정부가 비디에이를 돈 세탁 은행으로 지정한 데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은행 쪽 우려를 해소할 만한 조처를 취한다면 충분히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지금처럼 북한 돈 동결 당시의 논리에 얽매여서는 교착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문제를 풀 다른 축은 중국에 있다. 중국 정부로선 자국 은행인 비디에이가 돈 세탁 은행으로 지정된 것이 불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은행이 정상 영업을 하기가 어려워진 이상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경영진을 바꾸거나 다른 은행과의 합병 등을 통해 새 출발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처럼 어정쩡한 상태가 계속돼서는 은행 앞날도 불투명하고 북한 돈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중국은 무엇이 최선인지 잘 판단하길 바란다.
북한의 경색된 태도도 문제다. 지금 미국·중국·한국 등 6자 회담 참가국들은 비디에이 문제를 풀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팔짱을 낀 채 문제가 완전히 풀려야 2·13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래서는 북한의 의도에 대한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초청 등 합의 이행 의지를 보인다면 비디에이 문제 해결도 그만큼 쉬워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를 보는 쪽은 자신임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6자 회담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평화·협력 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중요한 국제 논의 틀이다. 회담 의제도 아닌 비디에이 문제가 장애물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은 빨리 결단을 내리고 북한 또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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