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04 18:03
수정 : 2007.06.04 19:22
사설
‘참여정부 평가포럼’은 지난 4월 말 “참여정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평가”를 내걸고 출범했다. 애초부터 대통령 임기 중에 그 대통령의 사람들이 대통령과 정부를 평가한다는 게 어색했다. 한 달 여 지난 지금, 이 모임은 그때의 걱정 이상으로 정치 일선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평가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 대통령을 초청해 네 시간 이상 정치강연을 들었다.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을 비난하고 대선에서 평가포럼의 역할을 주문하는 노 대통령의 거침 없는 발언과, 이에 환호하는 참석자들의 모습은 정당의 집회 현장과 다를 게 없었다. 이 모임 누리집에는 한나라당과 이명박·박근혜 후보를 비판하는 꼭지가 만들어졌고,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평가 모임이라기보다, 정치적 전위조직에 가까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은 또, 민주주의의 장래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참여정부 평가포럼에 있다며, 이를 “보다 정교하고 단단한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포럼은 지난달 이후 대전·충남, 광주·전남, 경남 등에서 지역 조직을 두었거나 만들고 있는 등 세 확장에 한창이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전진기지라고 해석한다. 노 대통령이 전·현직 장·차관들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한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나온다. 포럼으로 구축된 인맥에 노사모와 지역 조직을 합치면 언제라도 열린우리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정치조직이 된다. 이 모임은 그동안 자신들이 ‘평가’ 이상의 것을 노리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줬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관철하고 확산시킬 권리는 있다. 그러나 이미 정치활동을 하고 사실상 정치세력화를 노리면서도, ‘평가포럼’이라는 외피를 내세우는 것은 뻔한 정치적 명분 조작이다. 열린우리당의 집단 탈당 등 정치적 변동에 대비한 카드로 포럼을 활용할 생각이라면, 그 역시 국민을 우습게 보는 ‘꼼수’다. 그런 정치공학적 장치에 골몰하는 모습은 정치 풍토를 더 어지럽힐 뿐이다. 정치 발전은 명분과 실질을 일치시키면서 책임을 지려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그럴 때에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참여정부 평가포럼은 지금이라도 정당을 만들겠다고 솔직하게 밝히는 편이 낫다. 눈 감고 아웅할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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