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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4 18:05 수정 : 2007.06.04 19:22

사설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 “2007~08년 방위비 분담금을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이제까지 국방부의 언급을 거짓말로 만드는 발언이다. 이 발언 하나에 걸린 돈만도 수조원에 이른다. 납세자인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행태다.

국방부는 10조원 남짓 되는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과 미국이 대략 반반씩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한국 몫은 경기 평택지역 터 매입비 1조원 남짓을 제외하고 4조5800억원 정도이며, 미국 몫도 그만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 쪽은 한국이 해마다 미국에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 가운데 절반 이상을 기지 이전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공언해 왔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이 순수하게 기지 이전에 사용하는 액수는 전체의 20% 안팎으로 떨어진다.

방위비 분담금의 이런 전용은 위법성 여부를 두고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돼 온 사안이다. 미국은 분담금 항목 가운데 군사시설 건설비를 기지 이전에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분담금을 전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동의한다면 전용된 돈은 결국 한국이 낸 것이므로 이를 포함한 기지 이전 비용이 균형을 이루도록 다시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이제 와서 미국 쪽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정부가 그동안 밝힌 이전 비용 계산법은 모두 거짓말이 됐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잘못된 분담금 지원 방식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 우리 정부는 다른 미군 주둔국들이 현물로 분담금을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세부 항목 심사권과 결산 감사권도 없이 현금을 뭉칫돈으로 건네준다. 미국이 돈을 마음대로 써도 따져 볼 근거조차 막연한 셈이다. 전용 논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방부 장관은 먼저 그동안 밝힌 말이 결국 거짓이었음을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그 다음 정부는 정확한 기지 이전 비용 내역을 밝히고 필요하다면 미국과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 김 장관이 미국 쪽의 강압적 태도를 누그러뜨리고자 이번 발언을 했다면 오판이다. 건강하고 강력한 한-미 동맹은 국민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 관계가 축적됨으로써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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