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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5 17:54 수정 : 2007.06.05 20:06

사설

지방자치단체들의 ‘입시 명문고’ 육성 경쟁이 도를 넘더니, 이젠 직접 과외수업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 구로구는 지역내 성적 우수 학생 60명을 뽑아 ‘논·구술 영재반’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사설 논술학원 강사들을 초청했다고 한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 합격자가 적은 편에 드는 현실을 타개한다며 교사 출신 구청장이 내놓은 방안이다.

구로구가 왜 이런 방안을 생각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요즘 특정 지역의 여건을 평가하는 첫번째 기준은 이른바 명문대 진학 학생 수다. 이 숫자는 입시 교육 여건, 지역민의 경제 형편 따위를 뭉뚱그려 상징한다. 집값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기도 하다. 그러니 구로구가 이 계획을 지역 발전 방안의 하나로 내세울 만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교육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자치 행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영재반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고 구로구의 평판을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모르겠으나, 실효성 여부가 핵심 문제는 아니다. 구로구의 이번 사업이 다른 자치구를 자극해 소모적인 경쟁만 부추길 가능성이 있지만, 이 역시 나중 문제다. 이 사업의 바탕이 된 입시 위주 발상이 공교육의 황폐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지나친 면이 있다. 공교육 황폐화는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과 광역 자치단체가 먼저 책임질 문제다.

이번 사업이 안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공공 행정의 목표를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람직한 행정은 우선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지만, 그 대전제는 공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체 주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고 가능하면 많은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극소수 학생들에게만 혜택을 줘서 눈에 띄는 실적을 내려는 발상이나, 이 사업의 실적이 나타나면 결국 나머지 쪽에도 이로울 것이라는 논리로 공공 예산의 왜곡된 사용을 정당화하려는 건, 진정한 행정이 아니다. 구로구가 정말 교육여건 개선을 통해 주민에게 봉사하려면, 공교육 기관의 어려움을 챙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주민 다수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지름길이다.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전시행정에 그칠 게 뻔한 영재반 사업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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