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06 17:38
수정 : 2007.06.06 19:24
사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이 후보자질 검증으로 다시 충돌했다. 한쪽에선 그동안 물밑에서만 나돌던 이 전 시장의 재산 및 도덕성 관련 ‘의혹’을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다른 쪽에서도 법적·정치적 대응을 선제적으로 공언했다. 강재섭 대표가 엄포를 놓긴 했지만, 공방의 불길을 막기엔 역부족일 듯하다.
사실 지금까지 언론매체는 문제의 사안에 대해, 뚜렷한 근거 없이 익명으로 제기된데다 특정인과 특정 정당에 끼칠 피해를 우려해 언급을 삼갔다. 그러나 이제 논란이 사적인 영역에서 공론의 장으로 넘어왔고 공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성격의 사안이어서, 더는 침묵하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숨긴 재산이 수천억원에 이르고 저질 금융 사기꾼과 동업한 사람이라면, 공당의 예비후보 반열에서부터 제외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이번 기회에 제기된 의혹을 깨끗이 털고 가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강 대표가 의혹 제기를 해당 행위로 규정하며 윤리위 회부 등 경고를 한 배경은 알 만하다. 당으로서는 치명상이 예상된다. 그러나 공당의 대표로서 취할 태도는 아니다. ‘건강하고 깨끗한 후보를 선출하겠다’며 국민 참여형 검증기구를 꾸리겠다고 한 것은 바로 강 대표였다. 이에 따라 검증기구엔 ‘국민검증위원회’라는 이름이 붙었고, 간사를 제외한 위원 8명을 모두 당 바깥 인사로 임명했다. 강 대표는 나아가 이 기구에 삼권분립에 해당하는 독립성을 부여하겠다고 공언했다.
누구든 허위사실이나 비방으로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된다. 특히 신뢰와 명예를 생명으로 하는 공인이라면 더욱 그런 모함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단 의혹이 제기돼 공론화한 사안이라면, 엄격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신뢰 회복의 유일한 길이다. 사실 한나라당의 부실 검증, 의혹 덮고 넘어가기 전력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번 정인봉씨 등이 제기한 위증교사, 증인 국외도피 의혹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부실 검증이 당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제기된 의혹은 검증이 어려운 사안도 아니다. 예컨대 투자운용회사 비비케이(BBK) 관련 의혹은 정관 위조 여부만 가리면 된다. 한나라당 검증위가 이전처럼 의혹 세탁소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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