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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6 17:38 수정 : 2007.06.06 19:25

사설

지난달 열린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도시로 가와시마 일본 대표는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은 국제수역사무국이 권고하는 것보다 엄격한 위생검역 조처를 적용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판정하더라도,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을 결정할 때 국제수역사무국의 권고 기준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검역 시스템을 믿기 어려워서일 것이다. 일본의 태도와 견주면, 우리나라는 과연 주권국이 맞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수입을 재개한 데 이어, 경제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이 9월께면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할 것임을 공공연히 밝혔다.

일본과 달리 우리 정부가 미국과 수입 위생조건 개정 협상에 바로 나서기로 한 것도 썩 당당하지 못한 대응인데, 비정상적인 협상 절차는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8단계 위험평가 절차 가운데 1단계 예비평가를 사실상 생략했다. 제대로 한다면 1년은 걸릴 절차를 몇 달 안에 뚝딱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모양새만 갖추려는 모습이다. 수입국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의 허술한 쇠고기 검사 체계는 우리나라가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자 바로 드러났다. 지난달 말 들여온 미국산 쇠고기에는 뼈 있는 갈비가 두 상자나 포함돼 있었다. 서른달짜리(30개월령) 이상 된 소일 수도 있는 미국 내수용 쇠고기가 수출검역증을 달고 실려오기도 했다. 수입 대상을 넓힐 게 아니라 오히려 수입중단 조처를 검토해야 할 일이다.

지난해 들여 온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나와 이미 세 차례나 반송한 바 있다. 이번 두 건을 합치면 수입 위생조건 위반이 벌써 다섯 번째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지난해 맺은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21조는 ‘수출 쇠고기 작업장에서 수입위생 조건의 위반 사례가 반복해서 발생하거나 광범위하게 발생한다고 판단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림부 장관은 이 조항의 적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특히 이번 일이 미국 수출 검역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 탓에 빚어진 일로 드러나면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마땅하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경제적 이득과 저울질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정부는 국민을 더는 불안하고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주권국으로서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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