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0 18:01
수정 : 2007.06.10 20:00
사설
교사를 관리·규제하고 교육정책을 자문하는 영국교육협회가 16살 될 때까지는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보이지 말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과도한 시험이 학생들의 교육 태도를 망치고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는 게 이유다. 영국 초·중등 학생들은 7살부터 3~4년에 한번씩 국가가 주도하는 일제고사를 치른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공포에 떨고 교사들은 폭넓은 교육보다는 시험 점수 올리기에 집착하게 된다고 이 협회는 지적했다.
교육제도는 나라마다 다른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섣부른 비교는 위험하다. 다만 영국의 상황은 여러 면에서 우리와 닮았다. 이 협회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학생들은 16살 될 때까지 평균 70번의 시험을 치른다”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시험이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시험을 통해 평가하는 지식이 너무 협소해서 교육을 망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시험 때문에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로 치면 영국보다 한국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은 이렇게 비슷하지만, 두 나라 교육 전문가들의 태도는 꽤 다르다. 영국에서는 정부의 일제고사 정책을 교육협회가 비판하고 나서는 상황이고, 이에 동조하는 일선 교사나 학부모들도 많다고 현지 언론은 전한다. 하지만 한국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서울시내 모든 초등학교가 이미 일제고사를 부활시켰고, 다른 시·도 교육청도 서울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진지하게 이 문제를 걱정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이들은 전교조나 학부모 단체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학력저하와 지역간 편차를 내세우며 ‘학생 줄세우기’에 열을 올리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만 높다. 영국교육협회의 소신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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