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1 18:03
수정 : 2007.06.11 19:30
사설
어제 일군의 시민사회 명망가와 활동가들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대부분 학계 시민단체 여성계 언론계 등에서 잘 알려진 인사들이다. 이들은 7월 발기인대회와 창당대회를 거쳐, 범민주 개혁진보세력의 국민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독자성을 내세우기보다는 범민주세력의 통합과 연대의 틀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총선이나 대선 때 출몰하는 포말 정당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
이런 움직임을 보는 시각은 크게 다르겠지만, 이들이 삶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생각한다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력의 감시자를 자처하던 이들마저 현실 정치에 뛰어들게 된 배경이다. 이들이 개인적 입신을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닐 게다. 이들을 정치판으로 불러들인 것은 대통령선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까지 분열과 반목을 되풀이하고 있는, 지리멸렬한 정치권 내의 이른바 민주세력이다. 그 때문에 20년 전 청산됐어야 할 사람과 정책과 가치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그 꼴을 지켜보고 있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충정과 시민사회가 입을 도덕적 상처는 별개의 문제다. 물론 이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정치운동에 뛰어들었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이들 역시 자신의 선택으로 시민사회 단체가 입을 상처를 걱정했던 셈이다. 시민사회를 역사의 전면에 등장시킨 것은 6월 항쟁이었다. 재야 정치운동 대신 권력집단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구실을 맡게 된 것이다. 민주정부 아래서 영향력은 절정에 올라, 2000년 낙선운동, 2003년 미선이와 효순이 사건, 2004년 탄핵 정국을 주도했다. 그러나 그 뒤 시민사회단체는 급격히 쇠락했다. 여러 이유가 거론됐지만, 시민운동의 정치화와 시민단체의 권력화가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사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정계 혹은 정부기관에 너무 많이 진출했다.
시민운동의 생명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이다. 정치적 중립은 시민단체가 지켜야 할 도덕성의 첫번째 덕목이다. 정치와 시민운동은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 고유한 영역에서 서로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시민운동이 필요에 따라 정치와 결합하고 지원한다면, 그 독자성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 범민주세력의 결집과 무관하게, 이른바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가 걱정스런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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