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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1 18:04 수정 : 2007.06.11 19:29

사설

가출한 여중생을 여관에 가두고 여섯 달 동안 하루 몇 차례씩 성매매를 강요한 20대 남녀가 얼마 전 경찰에 구속됐다. 여중생은 부모의 이혼으로 갈 곳이 없어지자 알고지내던 선배를 찾아갔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노숙을 하며 지내던 한 10녀 소녀가 돈을 훔쳤다고 오해한 남자 노숙자에게 얻어맞아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소녀의 주검을 인수할 가족을 아직 찾지 못했다. 가출 청소년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가출 청소년의 수는 2005년 1만3천여명으로, 1만7천명에 가깝던 2004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많다. 경제적 능력이 매우 취약한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숙식을 해결하는 일이다. 노숙하는 청소년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자신을 보호하기 어려운 이들은 폭행을 비롯한 각종 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생계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어른들의 범죄에 이용당하기도 한다. 전체의 절반을 넘는 여성 가출 청소년이 당하는 피해는 더욱 크다.

각계의 협조로 이들을 서둘러 집으로 돌려보내야겠지만, 그것만으로 문제를 다 풀 수는 없다. 지난해 청소년위원회가 설문조사한 바를 보면, 절반 이상의 가출 청소년이 부모의 폭행과 무관심 등 가정 문제가 원인이 되어 가출했다고 대답했다.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에서 자란 이들이고, 가정이 해체돼 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출의 원인이 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보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이도 절반이 넘는다. 귀가시켜도 가출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하지만 어느 기관 하나 10대 청소년들의 노숙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청소년 쉼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여섯달 이상 머물 수 없는 단기 쉼터다. 전국에 있는 중장기 쉼터는 24곳에 불과하다. 예산도 운영비로 쓰기에 빠듯한 정도라고 한다. 예산과 인력을 늘려 노숙 상태로 방치된 가출 청소년이 누구나 쉽게 쉼터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좀더 길게 머물며 자립기반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람의 절망은 자신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까지 파괴한다. 희망의 문은 그들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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