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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2 18:07 수정 : 2007.06.12 19:07

사설

한국개발연구원(KDI) 본원이 국민연금을 등지고 혜택이 큰 사립학교 교원연금으로 갈아탄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다른 몇몇 정부 출연기관들도 이미 같은 결정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해 온 기관이다. 가입자들이 받는 연금액을 줄이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한 것에 국민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연금을 믿지 말라고 더 부추긴 꼴이다.

국책 연구기관 중 대학원을 운영하는 기관들로서 현행 법에 근거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찾아간 것이라는 설명은 그럴 듯해 보인다. 우수 인력이 처우가 더 좋은 대학 등으로 계속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만한 구석도 있다. 그러나 교수직이 아닌 연구원과 사무처 직원들까지 사학연금 가입 대상으로 한 것이 법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교육보다 연구가 주된 사업인 국책 연구원을 사립학교 취급한다면 이를 누가 이해하겠는가.

좀더 근본적으로는, 공무원과 교직원, 군인 등 140만명 정도의 특수직역 종사자들에게는 별도의 연금제도를 적용하고, 1700만에 이르는 국민 대다수에게는 국민연금 제도를 적용하는 것에 문제의 뿌리가 있다. 재정 불안정을 이유로 급여수준을 대폭 깎아 ‘용돈연금’이란 비판까지 받는 국민연금 개혁은 서두르면서, 특수직역 연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단안을 내리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야말로 국민이 이번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든 주된 이유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아직도 행자부에서 논의 중이고, 사학연금 개혁은 시동도 걸리지 않았다.

특수직역 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무조건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우선 국민연금제가 국민 대다수에게 적절한 노후 소득 보장책으로서 신뢰받는 제도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연금제를 포함하여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새로운 연금제도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특수직역 연금과 국민연금 사이 지나친 혜택 차이를 줄이고, 특수직역 연금제도가 안고 있는 불합리한 내용을 고쳐야 한다. 대다수 국민에게 적용되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와 자긍심이 있다면, 국가정책 생산의 소임을 맡고 있는 일부 우수 연구자들이 특수직역 연금 가입으로 약간의 혜택을 더 보는 것에 국민이 지나칠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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