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2 18:07
수정 : 2007.06.12 19:06
사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돈 문제가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계자들의 발언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 돈을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으로 보낸 뒤 러시아 중앙은행을 거쳐 러시아 극동상업은행의 북한 계좌에 입금시킨다는 것이다. 이 해법은 실질적으로 미국의 중앙은행 구실을 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송금 중계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으로선 비디에이에 대한 제재를 모두 해제하지 않는 한, 내놓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법으로 보인다. 민간 은행에 북한 돈 중계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책 은행인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미국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쪽이 적극 협력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비디에이 제재 해제를 주장하며 상대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여 온 중국과 대비가 된다.
북한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비디에이 문제를 깨끗하게 마무리하길 바란다. 이번 해법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협상파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비디에이 문제 해결과 2·13 합의 이행이 지연되면서 최근 미국 정부 안팎에서는 강경파들이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북한이 미국 쪽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불신이 더 깊어질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 역시 북한 자신이다. 북한의 순조로운 국제 금융체제 편입은 앞으로 북한이 핵문제와 금융 거래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미국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미국의 완전한 대북 금융제재 해제 또한 마찬가지다.
북한은 아울러 2·13 합의 이행의 속도도 높여야 한다. 초기단계 조처 이행 시한이 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 무엇보다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방북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을 포함해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목록을 만들기 위해 관련국과 협의를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은 이에 맞춰 첫회분 에너지와 쌀 차관을 차질 없이 제공해야 할 것이다. 초기단계 조처가 잘 이행된다고 해도 비디에이 문제와 비슷한 새 걸림돌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관련국들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비디에이 문제를 얼마나 잘 마무리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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