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3 18:06
수정 : 2007.06.13 18:57
사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1980년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언론탄압 실상을 폭넓게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언론탄압의 핵심이었던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은 조사 신청을 받아 사전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진실화해위는 국제신문 강제 통폐합 사건 조사를 계기로 나머지 언론사 통폐합 사건도 직권조사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80년 신군부의 언론탄압은 광주항쟁의 진실을 전하려는 언론인들을 대학살하는 폭거로 이어졌다. 1000여명의 언론인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고, 언론은 침묵을 강요당했다. 신군부는 또 전국의 신문과 방송·통신사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폐쇄시켰다. 이렇게 신군부는 언론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어 이땅을 암흑시대로 만들었다. 이 암흑기의 언론은 민주화 투쟁을 탄압하는 독재 정권의 시녀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80년 언론탄압은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 투쟁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
사건이 있은 지 8년 만인 88년 언론청문회를 통해서 실상이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여전히 전체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대표적인 문제는 언론인 강제해직 때 언론사 사주나 간부들이 어떤 구실을 했는지, 왜 해직자 규모가 애초 신군부의 계획보다 크게 늘어났는지 등이다. 언론사 사주 등 핵심 관계자들은 지금까지도 사죄는 고사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해직 언론인의 명예 회복이나 보상 문제에 일체 협조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해직 언론인들이 지금이라도 진상이 규명되길 바라는 것은 개인적 집착 때문이 아니다.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해직 언론인, 나아가 언론계 전체의 상처는 결코 치유될 수 없다. 상처를 치유하는 힘은 진실을 아는 데서 나온다. 책임자들의 사죄도 중요하지만,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용서와 화해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진실화해위는 해직 사건의 진상 규명에 최우선적으로 힘을 기울여야 한다. 언론 통폐합의 진상도 당연히 드러나야 하지만, 사건의 중심은 역시 대량 해직이다. 언론인 해직에 언론사 사주들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이번에도 밝혀내지 못하면 더는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이는 한국 언론의 과거뿐 아니라 미래도 함께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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