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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4 07:30 수정 : 2007.06.14 07:30

한나라당의 대선주자 경선에 출마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어제 경남 사천의 당원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후보를 어떻게 하든지 끌어 내리려고 지금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 말했다. “나를 죽이려고 세상이 난리”라거나, “여러 세력이 힘을 모아서 국회 안에서 밖에서 흉을 보고 폭로”한다는 말도 했다.

참으로 어이없다. 아마도 이 후보는 비비케이(BBK) 사기사건 연루설과 부동산 의혹 등 최근의 문제 제기를 두고 “세상이 미쳐 날뛰고” “난리”를 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것도 지지율 1위인 자기를 “끌어 내리고” “죽이려는” 목적에서 말이다.

기본적인 발상과 인식에 문제가 있다. 대선주자의 병역이나 재산 형성, 전과, 납세 그리고 사생활을 검증하는 것은 ‘누구를 죽이려고 미쳐 날뛰거나 난리’치는 행위가 아니다. 주권자들이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일정 기간 책임지는 지도자를 ‘잘’ 뽑기 위해서 하는 정당하고 경건한 과정이다. 후보자나 정당들끼리는 서로 경쟁 상대방을 낙마시키는 수단으로 검증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국민 눈에서 보면 하나의 검증 과정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래서 후보들은 누가 제기하든 또 어떤 의혹이든 거기에 성실히 답하는 게 정도다. 사실이 아니라면 왜 아닌지를 설득력 있게 해명하면 된다. 거짓 폭로를 한 경우 당사자가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후보는 비비케이 연루 의혹과 서울 강남 위장전입 여부뿐 아니라 새롭게 제기된 충북 옥천의 임야 위장매매 의혹 등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사실 무근이라는 한마디로 깔아 뭉갤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를 죽이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선동과 다를 바 없다.

이 후보의 이번 발언은 품격에서도 문제가 있다. “미쳐 날뛴다”는 등 어조가 매우 격하고 곳곳에 분노가 묻어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 후보는 그동안에도 “빈둥거리고 논 사람들”이라느니, “애를 낳아봐야 교육을 말할 자격이 있다”는 등 가벼운 말로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품위 없는 말을 하는 지도자로 말미암아 상처받은 국민들을 또한번 실망시키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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