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4 18:35
수정 : 2007.06.14 19:04
사설
역사적인 6·15 남북 공동선언이 나온 지 일곱 돌이 됐다. 이를 기념하는 민족통일 대축전이 어제부터 평양에서 열리고 있으나, 대북 쌀 지원 보류 방침의 여파로 당국간 행사는 무산됐다. 순탄하지만은 않은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지난 7년 동안 남북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1999년 5599명이던 남쪽의 방북 인원은 지난해 10만836명으로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교역액도 같은 기간 3억3300만달러에서 13억49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개성공단에는 1만5천명 이상의 북쪽 노동자가 일하고 있고, 금강산 관광객은 이미 150만명을 돌파했다. 7년 동안 만난 이산가족 수도 1만6천여명에 이른다. 21차례 장관급 회담을 비롯해 당국간 회담이 모두 204건이나 열려, 지난달에는 남북 열차가 경의선·동해선을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기에 이르렀다.
이런 성과에도 남북관계의 한계 또한 뚜렷하다. 주된 원인은 북한 핵문제가 아직 본격적 해결 국면에 들어가지 못한 데 있지만 양쪽 당국의 소극적 태도에도 적잖은 책임이 있다. 양쪽 모두 이전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다.
남쪽 정부는 우선 남북관계를 핵문제에 종속시키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6자 회담 세부 이행과정 하나하나에 남북관계 수준과 일정을 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오히려 남북관계를 적극 진전시켜 국제사회의 핵문제 해결 노력을 뒷받침하고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논의에서 남북한이 차지하는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 북방한계선 문제 등 북쪽이 제기하는 이른바 ‘근본문제’도 논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 군사·정치 사안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으면 기존 경협과 민간 교류·협력의 흐름까지도 왜곡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북쪽은 구태의연한 통일전선전술식 사고에서 벗어나 개혁·개방 의지를 분명히하는 것이 급선무다. 각종 합의사항을 책임 있게 이행할 수 있는 효율적인 내부 집행구조를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북쪽은 자신이 어떤 언행을 보이느냐에 따라 남쪽 여론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지금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기본원칙은, 한반도와 관련된 문제는 당사자인 남북이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질적으로 바뀌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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