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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4 18:36 수정 : 2007.06.14 19:05

사설

한국방송이 텔레비전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이렇게 해서 늘어나는 한 해 3000억원 정도의 수입을 디지털방송 전환 사업 따위에 쓰겠다는 것이 한국방송의 생각이다. 인상이 확정되려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현 경영진 체제에서는 허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수신료 문제가 정치 공방에 휘말려 엉뚱한 방향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공영방송 체제를 인정하는 한,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한국방송의 주요 재원인 수신료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26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소득이나 물가 상승에 견주어 과도하게 억제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2012년까지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을 디지털 방송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수신료를 계속 묶어두면 광고를 늘리거나 사업을 줄이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이렇게 되면 공영방송의 기능은 더 위축될 것이 뻔하다.

수신료 인상 필요성은 있지만, 합리적인 해법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수신료와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이 복잡한 함수처럼 얽혀 있는 탓이다. 많은 이들은 수신료 인상 이야기가 나오면 “공영방송 구실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염치로 손을 벌리느냐”고 반응한다. 수신료 인상의 전제가 질 좋은 방송이라는 이런 생각은 시청자로서는 당연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쪽은 질 좋은 방송을 하려면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고 항변한다. 이 또한 틀린 말이 아니다.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공영방송이 제구실을 하길 바라는 건 무리한 기대다.

이처럼 수신료 문제는 방송의 질이 먼저냐, 재원 확보가 먼저냐는 공방 속에 꼬여 왔고 이번에도 비슷하다. 공영방송의 태생적 딜레마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넘어서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 어렵다. 한가지 방안은 수신료 인상과 공영방송의 질을 연계하는 것이다. 방송 질 개선을 조건으로 수신료를 일정 부분 올리는 방식이다. 그리고 일정 기간 뒤 평가해서 개선 실적이 좋으면 수신료를 더 올리고 그렇지 못하면 불이익을 줄 수 있을 터다. 경영 개선 노력 따위도 부대 조건으로 부과할 수 있겠다. 텔레비전 수신료 문제는 공영방송의 질 개선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정략적 문제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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