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5 17:53
수정 : 2007.06.15 19:15
[사설]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기한을 다시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불거지고 있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그제 국회 답변에서 “미국은 계속 주둔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국방연구원도 파병연장 의견을 국방부 장관에게 제시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달 말까지 자이툰 부대 임무종결 계획서를 국회에 내도록 돼 있다. 이를 앞두고 조금씩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모양새다.
이라크 파병을 둘러싸고 5년째 계속되는 소모적 논란을 끝낼 때도 됐다. 미국 스스로 실패한 전쟁으로 규정하는 싸움터에서 왜 이렇게 발을 빼지 못하고 미련을 갖는지 알 수가 없다. 정부와 국회는 자이툰 부대를 즉각 철수시켜야 마땅하다.
지난해 말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자이툰 부대를 올해 안에 철수시키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국회에서 처리한 파병연장 동의안에는 철수시기가 빠지고 임무종결 계획서 제출 시한만 포함됐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 쪽은 ‘정부가 2007년에 자이툰 부대의 임무를 종결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고서 이제 와서 또다시 파병 연장을 꾀한다면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두 번 속이는 꼴이 된다.
이라크 전쟁의 부도덕성에 대해서는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국외로 군대를 보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명분인데, 이라크 파병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파병 연장론자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최근에는 실익론을 부각시킨다. 국방연구원은 ‘이라크 석유 채굴권 확보 및 전후 복구사업 진출’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수천억원의 돈을 들여 자이툰 부대를 주둔시켰음에도 이제까지 얻어낸 실익이 거의 없었음을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또한 실익이 주목적이라면 처음부터 비군사적 지원과 민간기업 진출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미국은 최근 이라크내 미군 병력을 줄여 장기 주둔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인에 의한 이라크’는 말뿐이고 장기 지배를 꾀하는 셈이다. 미국으로선 이런 시대착오적 행태에 다른 나라를 하나라도 더 동참시키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럴 때 만만한 나라가 한국이라면 국제사회에 너무 부끄럽다.
미국이 강대국이라고 무턱대고 따라가는 것은 한-미 동맹의 본모습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이미 이라크에서 손을 뗐다. 애초 보내지 말아야 할 자이툰 부대를 놓고 고민하는 일은 더는 없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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