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6 09:50
수정 : 2007.06.16 09:50
사설
서울시 교육청이 학교 급식용 재료를 경쟁 입찰로 구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교육청이 입찰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식품재료 납품 과정의 비리를 줄이고자 함이라고 한다. 교육청은 지난달 말 납품업체로부터 사례금을 받은 한 초등학교 교장을 이례적으로 파면하는 등 각종 비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비리를 없애겠다는 교육청의 의지와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비리 척결 차원에서 먹거리 재료 구입에 입찰방식을 도입하는 건 곤란하다. 비리를 뿌리뽑는 데 성공하더라도 학교 급식 질이 떨어진다면 소탐대실하는 격이다. 비리를 막는 것보다는 질 좋고 안전한 음식을 학생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학부모 단체들이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만 쓰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겠는가. 비록 이 일이 소송까지 가서 좌절되긴 했지만, 학생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자는 건 모든 학부모의 소망이다.
입찰제가 도입되면 먹거리 품질이 떨어지리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지금도 저질 농산물을 몰래 학교에 공급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는데, 업자들에게 가격 경쟁까지 시킨다면 저질 식재료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가격 입찰제를 유지하면서 품질 저하를 막으려면, 입찰 참여 업체 요건 관리나 품질 검사 따위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든다. 직영급식을 유지하기도 벅찬 일선 학교들이 이 일을 모두 떠맡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교육청이 일괄적으로 맡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사실 진짜 문제는 교육청의 발상이다. 학교급식은 애초부터 비리 척결 차원에서 볼 일이 아니었다. 교육청이 먼저 할 일은, 어떻게 하면 좀더 좋은 음식을 학생들에게 먹일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행정이라면 당연히 이래야 한다. 입찰제 도입에 앞서 제대로 여론수렴을 했는지도 의심스럽다.
굳이 입찰을 고집하겠다면, 가격 입찰’ 대신 ‘품질 입찰’을 검토해 볼 것을 권한다. 가격을 확정해 놓고 업체들에게 품질·처리·납품 관련 조건을 제시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잘 하면, 학생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는 효과와 양심적인 납품업체를 육성하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방안이 어렵다면 교육청은 입찰제를 철회하고 급식 질을 높이면서 비리도 막을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