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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7 18:11 수정 : 2007.06.17 19:11

사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해 왔다. 애초 미 의회가 새 통상정책을 채택할 때부터 예상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협상의 불가피성을 내비쳐온 점을 고려할 때 재협상에 들어가는 것은 정해진 순서로 보인다.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재협상은 절대 없다고 못박았다가 추가 협상은 가능하다는 식으로 슬그머니 말을 바꾸더니 결국 재협상을 수용하는 꼴이 돼버렸다. 단순히 몇가지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문안을 수정·삭제하는 것은 분명히 재협상이다. 그러니 이제 추가협상이란 그럴듯한 말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아야 할 터이다.

정부가 재협상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기존 방침을 바꿔 재협상을 수용하게 된 이유를 먼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협상 시작 때부터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으며, 국익보다는 타결 자체에 매달린 저자세 협상으로 비판을 받았다. 또다시 재협상이 없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다면 누가 정부를 신뢰하겠는가.

재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도 제시해야 한다. 뚜렷한 이유 없이 미국 정부 정책이 바뀌었다고 재협상에 따라가는 것은 미국 입김에 휘둘린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우리의 취약한 노동·환경 실태를 통상 압박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분쟁이 생기면 일반분쟁 해결절차를 따르기 때문에 특혜관세 중단이나 무역보복까지 가능하다.

최근 공개된 협상문안을 보면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영역을 다 내줬지만 얻은 것은 별반 눈에 띄지 않는 결과였다. 게다가 감춰져 있던 독소조항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에 쇠고기 수입, 스크린쿼터 축소 등 4대 선결조건을 고려하면 이미 미국에 엄청난 양보를 했다. 재협상을 통해 추가 양보를 한다면 우리에겐 더더욱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국회가 18일부터 상임위별 청문회를 열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검증 작업에 들어간다. 이제부터가 진짜 협정을 체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검토하고 결정하는 단계다. 적당히 타협하고 양보한 뒤 은근슬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가장 무서워해야 할 대상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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