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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9 18:12 수정 : 2007.06.19 19:07

사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20여 산하단체가 보복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게 냈다고 한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5단체장도 비슷한 내용의 탄원서를 검찰총장과 서울지법원장에게 냈다. 이들 모두 탄원서에서 김 회장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분명히 지적하기는 했다. 그러나 선처를 호소하는 이유는 아주 구태의연하다. 특히 한국노총이 탄원서를 낸 게 노동조합의 본분에 맞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

한국노총은 탄원서에서 “한화그룹에 종사하는 수많은 종업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김 회장을 선처해 달라고 했다. 경제단체장들은 “한 개인의 일시적인 감정으로 비롯된 사건으로 인해 기업 전체의 경영활동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썼다. 재벌 회장이 구속되거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고, 직원들이 불안해한다는 논리는 과거에도 자주 듣던 것이다. 그러나 사리에 맞지 않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논리일 뿐이다.

김 회장의 보복폭행은 개인으로서 저지른 범죄다. 기업과 소속 노동자들은 이로써 오히려 큰 피해를 봤다. 기업과 노동자를 위해서라면 선처를 호소하기보다는 그의 빗나간 행동이 큰 해로움을 끼쳤다는 점에서 단호히 책임을 물을 것을 요청하는 게 옳고 미래지향적이다. 물론 선처를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기업이나 노동자를 내세우지 말고, 다른 합당한 근거를 대야 한다. 법원이 과거 불법행위를 한 재벌 회장을 판결하면서 ‘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나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내세워 정상을 참작했던 논리가 아직 살아있음을 탄원서에서 확인하는 듯하여 씁쓸하다.

경제단체장들은 기업 경영인이라는 같은 처지에서 탄원서를 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조합원의 절반 가까이를 대표하는 한국노총이 탄원서를 낸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으려 만든 조직이다. 상식에 어긋나는 폭력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 개인을 선처하라는 탄원은 결코 노동자를 위한 일로 보기 어렵다.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한화 계열사 출신 간부의 요청에 따라 이름을 쓰게 해준 것이라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노총은 사조직이 아닌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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