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6.20 20:05 수정 : 2007.06.20 20:05

사설

팔레스타인이 두 쪽으로 쪼개지고 있다. 수십년의 유랑생활을 끝내고 1994년 어렵게 자치정부를 출범시킨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통합 독립국 수립의 꿈을 접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사태는 주된 원인이 외세에 있다는 점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의 비극이자 지구촌의 수치다. 특히 중동 문제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미국의 책임이 크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주 내각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 실시 방침을 밝힌 이후 양대 정치세력인 하마스와 파타당의 분열은 갈 데까지 가고 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파타당은 요르단강 서안을 각각 장악한 상태다. 이런 분열은 미국과 이스라엘, 유럽연합 등 서방국이 집요하게 유도한 결과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총선에서 하마스가 이겨 합법적으로 내각을 구성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팔레스타인 지원을 끊는 등 ‘하마스 고사 작전’을 펼쳐왔다.

서방국의 이런 태도는 무엇보다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파타당은 스스로의 부패와 무능 탓에 선거에서 졌고, 하마스는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무장조직으로 출발한 파타당이 자치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세력으로 발전했듯이 이슬람 무장조직인 하마스도 총선 참여를 통해 정치세력화를 꾀했다. 그런데 미국 등이 하마스의 노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거 결과 자체를 거부해 온 것은 일방적이고 오만한 행태다. 그러고도 미국은 중동에 민주주의를 수출하겠다고 하니 누가 미국의 정책을 믿을 수 있겠는가.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도 더 어려워졌다. 하마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압적 태도에 필사적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고, 팔레스타인 안에서 하마스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이다. ‘땅과 평화의 교환’을 기본 공식으로 하는 중동 평화협정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유혈충돌이 더욱 거세지면서 이라크에서처럼 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게 되고, 이는 또다른 폭력을 부를 것이다. 그러는 동안 팔레스타인이 사실상 하마스와 파타의 나라로 쪼개진다면 중동은 영원히 화약고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은 이라크에 이어 팔레스타인에서도 새로운 유혈과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금이라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문제를 푸는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마땅하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