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1 18:09
수정 : 2007.06.21 18:59
사설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잇따른 정치 발언이 공직선거법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과 관련해 노 대통령이 어제 “선관위 결정으로 국민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냈다. 비록 개인 자격이라고는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헌법 소원을 낸 것은 처음인데다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내용이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이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대통령이 선관위 결정에 헌법 소원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온당하냐는 부분이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쟁송으로 끌고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대통령의 헌소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선관위 결정에 불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헌을 준수할 의무를 지는 대통령이 자신의 위법행위에 대한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국법질서 유지라는 대통령의 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그러나 이왕에 헌소가 제기된 마당이니 정치권 등은 헌재의 결정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게 좋겠다. 헌법 소원 청구인으로서 대통령이 자격이 있는지, 선관위 결정이 헌소 대상인 공권력 행사인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차피 헌재가 헌법 취지와 판례 등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소모적인 소란을 그나마 줄이는 길이다.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든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의 정치활동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하는 내용상의 문제는 정치권에서 공론에 부칠 필요가 있다. 공직선거법과 공무원법 사이에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있는데다 공무원의 선거중립을 규정한 선거법 9조가 모호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 사회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에 맞춰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까지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지 합의를 보는 것은 중요하다. 앞으로 논란이 없도록 대통령 등 정무직 공무원의 정치활동 범위와 한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노 대통령이 헌소를 내면서 선관위의 기존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 사실 헌소 제기를 핑계삼아 대통령이 유사한 정치발언을 계속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정치 자유 확보보다 중립성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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